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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 1, 발사”. 흐린 날씨 속 옅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상단부에 태극기와 차세대중형위성이라고 선명하게 적힌 로켓이 붉은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솟구쳐 올랐다.
국토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1호’가 22일 오후 3시 7분께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센터에서 러시아 소유즈 2.1a 발사체에 실려 발사됐다. 위성은 발사 64분 후 발사체와 정상적으로 분리되었고, 38분 후에는 노르웨이 스발바르 지상국과의 첫 교신에도 성공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은 교신을 통해 양호한 위성 상태와 발사체를 통해 도달하는 첫 타원궤도에도 안착한 것을 확인했다.
초소형위성들이 군집형태로 모여 만드는 우주 인터넷, 민간기업이 만드는 우주선을 타고 달을 여행하는 민간인 등 이미 우주는 과학의 영역을 넘어 산업화 시대로 가고 있다. ‘괴짜 천재’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설립한 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중심으로 전 세계 우주 개발 패러다임이 정부에서 민간 주도로 변화하는 가운데, 대한민국에서도 우주산업화를 위한 신호탄을 쏜 것이다.
이번 발사는 국가 안보, 과학목적의 위성 활용에서 벗어나 정부부처가 국토 정밀 지도 제작, 태풍·산불 모니터링 등 국민이 필요한 위성 영상을 확보해 제공하고, 앞으로 위성개발 사업을 산업체가 주관해 위성 분야 산업화를 시작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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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산업 포함 60여 업체 참여
항우연은 산업체와 공동 설계팀을 가동해 위성 구성품 제작 국산화율은 86%, 탑재체 국산화율은 98%를 이뤄냈다. 항우연은 1호기 개발 기술을 산업체에 모두 이전했다.
내년 1월께 발사할 예정인 ‘쌍둥이 위성’ 차세대중형위성 2호부터 5호기는 앞으로 항우연이 아닌 한국항공우주산업 등 산업체가 주관해 개발할 계획이다. 이번에 확보한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카메라, 레이다 등 탑재체에 따른 일부 설계만 변경해 산업체들이 500kg급 위성들을 3호기(우주과학 기술검증), 4호기(농·산림관측), 5호기(수자원, 재난재해)에 활용할 위성을 찍어내게 되는 셈이다.
이승훈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인공위성연구소장은 “우리나라도 위성 분야에서 우주산업화가 시작됐다”며 “다양한 응용이 가능한 위성제작기술을 국산화했으며, 앞으로 500kg급 위성을 국내 기업들이 주도해 쏘아 올려 경제성을 높이고, 수출까지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내년 쌍둥이 위성과 함께 활동, 국산화 과제도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기존에 항공기로 촬영하기 어려웠던 고도제한지역, 군사접경지역의 한계를 벗어나 위성으로 강원 북부, 북한 지역 등 한반도 전역의 국가 공간 정보를 정밀하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산불이나 태풍과 같은 재해재난지역도 영상으로 촬영해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간 산업화를 위한 신호탄을 쐈지만, 산업화를 위해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국산화다.
가령 탑재체에 실린 광검출기(CCD)는 전 세계에서도 일부 국가만이 생산하고, 활용도가 낮다. 기업 입장에서 개발에 나설 이유가 없어 현실적으로 항우연과 협력해 싸게 수입해 오는 부분이 필요하다.
경제성이 낮아 기업 참여율이 낮은 탑재체 분야에서도 많은 국내 기업들이 참여하도록 법적 요건 등을 개선하고, 그동안 정부 주도 개발에 따라 발전이 더뎠던 국내 항공우주 산업체 저변도 넓혀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현장에서 나온다.
이승훈 소장은 “전 세계적으로 우주 산업화가 빠르게 이뤄지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능력, 경험, 추진 능력이 좋아져 앞으로 산업체가 주관해 중대형위성을 발사하게 될 것”이라며 “항우연이 보유한 장비와 시설을 기업들이 활용하도록 지원하고, 경제성이 낮아 수입해야 하는 부품은 기업과 협력해 싸게 수입해와야 한다. 위성 부품에 대한 신뢰성 확보와 품질 보증도 지원해 산업화를 돕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