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산업 자동화가 제조 기업에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 되면서 여러 기업이 디지털전환(DX)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이 개별로 자동화를 실행하면서 유지·관리 비용이 많이 드는 폐쇄형 플랫폼을 사용해 비효율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만약 산업 자동화 시장도 구글의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처럼 개방형 소프트웨어(SW)를 중심으로 열린 생태계를 조성한다면 어떨까.
산업 자동화 단체인 유니버셜오토메이션협회(UAO)의 그렉 부샤드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산업 자동화 시장은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에 종속돼 유연성이 떨어지고 산업용 사물인터넷(IIoT) 장점을 극대화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우리의 목표는 안드로이드와 같은 개념의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 그렉 부샤드 유니버셜오토메이션협회(UAO) 최고마케팅책임자(CMO)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유니버셜오토메이션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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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구글, 모토로라 등 각기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가 여러 하드웨어에서 하나의 통합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것처럼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소프트웨어 공유를 통해 쉽게 산업 자동화를 구현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을 조성하겠단 의미다. 이를 위해 탄생한 것이 2021년 설립한 비영리 독립 산업 자동화 단체 UAO다. 협회는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의 분리를 정의하는 ‘IEC61499’ 표준을 기반으로 자동화 기술 전반에 걸쳐 소프트웨어 컴포넌트인 런타임 엔진을 제공한다. 이는 엔지니어링 도구와 같은 개념으로 오픈소스 성지인 ‘깃허브’를 통해 코드를 공유된다.
다만, 전면 개방이 아닌 UAO에 유료로 가입한 회원사에만 코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오픈소스보다는 ‘쉐어드(공유)소스’ 개념이 적합하다고 부샤드 CMO는 설명했다. 그는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앱)이 앱스토어에 등록되는 것처럼 앱이 돌아가는 환경을 관리하는 게 UAO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현재 협회에는 인텔·오므론·코그넥스와 같은 글로벌 산업 전문 기업 외에도 현대자동차·셸·엑손모빌 등 최종 고객사와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 속해 있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을 비롯해 여러 대학과 정부 기관도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기준 연매출 53조원 규모의 자동화 전문기업이자 창립 멤버인 슈나이더일렉트릭을 포함한 11개 제조사가 UAO 런타임 엔진이 내장된 제품을 출시한 상태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이 출시한 제품은 UAO 런타임 엔진이 내장된 개방형 자동화 솔루션 ‘에코스트럭처 오토메이션 엑스퍼트(EAE)’다. EAE는 EC61499 표준을 기반으로 한 최초의 범용 자동화 제품으로 기본 하드웨어 인프라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소프트웨어 앱을 모델링하고 배포해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화 앱을 구축할 수 있다.
UAO는 현재 83개인 회원사를 올 연말까지 100개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그렉 부샤드 CMO는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큰 혁신을 이룬 디지털 선도국으로 여러 대기업이 디지털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UAO 기술을 통해 산업 자동화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