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유튜브 게 섰거라'…방송사 꿈꾸는 TV제조사

스마트TV 인프라 앞세워 OTT시장에도 발 넓히기
무료채널 제공해 광고수익 올리고 TV판매도 연결
'오리지널 콘텐츠' 없이 OTT 강자?…"시간 필요"
  • 등록 2021-08-19 오후 3:59:05

    수정 2021-08-19 오후 3:59:05

LG 올레드 TV에서 LG 채널 서비스를 구동하는 모습. LG전자 제공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TV제조업체를 넘어 방송 동영상을 제공하는 콘텐츠 제공자로 발을 넓히고 있다.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은 유튜브와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등이 강력한 콘텐츠 파워를 기반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지만, TV제조업체는 TV에서 볼 수 있는 무료기반 동영상 채널이라는 틈새시장을 노려 광고수익과 함께 TV판매량도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자체 생산 콘텐츠 없이는 OTT시장에 강자로 올라서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전자, 방송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LG채널’을, 삼성전자는 ‘삼성 TV 플러스’를 통해 OT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TV에 인터넷을 연결하면 지상파 외에도 각종 채널을 볼 수 있는 채널형 비디오 서비스 방식이다. 영화·드라마·예능·뉴스·스포츠 등 각종 콘텐츠가 TV채널처럼 실시간으로 나온다.

LG전자는 지난 2015년부터 LG채널을 시작해 현재 14개국가에 1600여 채널을 제공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미국, 캐나다, 브라질, 멕시코 등 4개 국가의 LG 채널에 YG엔터테인먼트의 실시간 라이브TV 채널인 와이지티비(YG TV), 한국 영화 전문채널 뉴케이무비즈(NEW K.Movies) 등을 포함한 K-콘텐츠 채널을 추가했다. LG TV를 사면 한류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다는 강점을 내세운 셈이다.

같은 해 서비스를 시작한 삼성TV플러스 역시 현재 한국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호주, 브라질 등 10여개국에 TV 플러스를 제공하고 있다. 채널 수도 현재 37개에서 계속 늘리는 중이다.

전통 지상파, 케이블방송을 끊는 ‘코드커팅(cord cutting·유선해지)’ 현상이 더욱 가속화하면서 OTT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21년 전세계 OTT시장 규모는 1717억7200만달러로 전망되는데 2023년에는 2360억달러, 2025년에는 2518억달러 규모로 급증할 전망이다.

사실 OTT시장은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등 SVOD(구독형 동영상)서비스와 유튜브 등 AVOD(광고형 동영상)서비스가 양분하고 있다. SVOD는 월 구독료를 받고 무제한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서비스이고, AVOD는 구독료는 없지만 광고를 보면 영상을 볼 수 있는 서비스다.

미래 ‘대세 방송사’가 누가 되는지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애초 비디오가게였던 넷플릭스는 IT기술을 기반으로 인터넷 방송플랫폼 1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과거 ‘갑’이었던 콘텐츠 업체가 ‘을’로 변하자 디즈니도 ‘디즈니 플러스’라는 별도의 플랫폼을 만들어 OTT시장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유튜브는 누구나 콘텐츠를 올리고 무료로 볼 수 있는 틈새 시장을 노려 AVOD시장의 영원한 강자로 굳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드웨어에 집중했던 TV제조업체도 뒤늦게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은 셈이다. 인프라는 물론 튼튼하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TV 판매량은 1억 8600만대로 전년 대비 7.4% 증가했다. 2020년 말 기준 전 세계 스마트TV 보유 가구는 6억 6500만가구에서 2026년 11억가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TV자체가 OTT 플랫폼이 될 가능성을 갖고 있는 셈이다.

디지털 미디어렙, 광고플랫폼 전문기업인 DMC미디어는 최근 발간한 ‘2021 인터넷 동영상 시장 현황 및 전망’ 보고서에서 “넷플릭스의 등장으로 나타난 코드-커팅 현상은 케이블TV 몰락을 예상하지만 시청자들이 여전히 TV 시청을 선호하기 때문에 광고 지면을 보유한 스마트TV 제조사가 주목받고 있다”며 “향후 OTT시장에서 TV제조사들이 주요 플레이어로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LG전자 관계자도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에서는 무료채널에 대한 선호가 상당히 있어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TV판매도 연결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면서 “이미 광고수익으로 인해 손익분기점도 넘긴 상황이다”고 말했다.

다만 TV제조업체들이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지 않는 상황에서 OTT강자로 올라서기에는 한계가 적지 않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의 장점은 자체 제작 콘텐츠(original contents)에 있다. 만화, 영화, 드라마 등을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고, 해당 플랫폼에서만 볼 수 있게 해 구독자를 계속 늘리는 방식이다. 반면 TV제조업체들이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자체 콘텐츠를 제작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미디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무료채널을 제공하면서 TV판매로 연결하고, 광고수익도 얻는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OTT시장은 이젠 차별화가 없으면 성공하기 어려운 시장이 됐다”면서 “하드웨어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OTT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올라서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 스마트 TV에 탑재된 채널형 무료 비디오 서비스 ‘삼성 TV플러스’로 영화·드라마·예능·뉴스·스포츠 등 다양한 콘텐츠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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