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대면진료 이틀째…“동선·진료 분리 안돼, 1시간 기다려”

코로나 확진자 대면진료 준비 미흡
대면진료 이름 올린 병원, 실제론 “아직 안돼”
사전예약 어려워…동네의원 동선분리도 불가
“한시간에 1명만 받아요”…복도서 대기하기도
  • 등록 2022-04-05 오후 4:45:38

    수정 2022-04-05 오후 9:25:34

[이데일리 이소현 정두리 기자] “저희 병원은 아직 대면진료 준비가 안 돼서요. 양해 부탁드려요.”

방역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대면진료를 병·의원으로 확대해 시행한 지 이틀째에 접어든 5일. 실제 현장은 여전히 대면진료 체제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00% 사전예약제로 코로나19 확진자 대면진료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는 한 이비인후과의원(사진=정두리 기자)
확진자 대면진료 준비 안돼 “1시간에 한명 진료”

이데일리가 5일 오전 9시께 찾은 서울 서대문구의 A내과의원은 코로나19 확진자 대면진료가 불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이 병원 간호사는 “유선상으로도 약 처방이 가능하다”며 “일반 환자들 감염 위험이 있어 이왕이면 대리인이 와서 약 타가기를 권장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A내과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에 재택치료 외래진료센터로 이름을 올린 곳이다. 코로나19 확진으로 재택치료 중 필요한 경우 진료 가능한 질환에 대해 검사, 처치, 수술 등 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공지 기준에 따르면 지난 4일까지 신청한 확진자 재택치료 외래진료센터는 전국 2534곳(동네 의원급 1848곳)이다. 대면진료는 전화 등 사전예약을 통해 가능하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불통’이라고 무방할 정도로 전화연결이 쉽지 않았다. 서울에 있는 확진자 재택치료가 가능한 외래진료센터 483곳(동네 의원급 포함) 중 무작위로 문의한 결과 전화 연결이 되지 않는 곳이 대다수였다. 전화 연결이 겨우 된 일부 병원에선 확진자 진료를 아직 시행하지 않거나, 시행하더라도 하루 1~2시간씩 정해진 시간에만 대면진료가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이날 오전 찾은 양천구의 B이비인후과의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 병원 간호사는 “오후부터 확진자 진료가 가능한데 1시간에 1명씩만 제한해서 받을 계획”이라며 “저희 입장에서도 확진 위험이 있다보니 확진자를 오는대로 진료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동네 이비인후과의원에 대기공간이 마땅치 않아 환자들이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다.(사진=정두리 기자)
방역당국의 발표상 확진자 대면진료에 동네 의원급의 참여는 늘었지만, 규모가 크지 않아 확진자와 일반 환자 간 동선 분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강서구에 있는 C이비인후과의원도 10평 남짓한 대기장소에 환자들로 북새통이라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입구를 넘어 복도까지 대기하는 환자들로 가득했다. 이 병원 간호사는 “현재 동선분리는 안 돼 있고 확진자와 일반환자 간 진료 이원화도 쉽지 않은 상태”라며 “일반환자 포함해서 기본 1시간 이상은 대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소규모의 동네 의원급과 달리 코로나19 단기 외래진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종합병원급에서는 확진자와 일반환자 간의 동선은 물론 진료까지 분리돼 있었다. 종로구에 있는 D병원은 출입구에서 벨로 호출해 코로나19 확진자만 입장하도록 했다. 이곳 관계자는 “사전 예약을 통해서만 방문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지역별 병·의원의 참여율 차이는 컸다. 서울 25개 자치구 483곳 중에서 강남, 송파 등은 확진자 대면진료가 가능한 곳이 각각 39개, 37개에 달했지만, 서대문은 9개에 그쳐 자치구별 격차가 컸다.

종합병원급의 코로나19 단기 외래진료센터에는 확진자와 일반환자 간 동선이 분리 돼 있으며 진료 구역도 이원화 돼 있다.(사진=정두리 기자)
일부 감염 우려 속 의료계는 “업무가중 힘들어”

시민들 반응은 갈린다. 직장인 신모(35)씨는 “확진자랑 동선이 겹쳐서 감염되는 일이 없어야 하니 당분간 급하지 않은 이상 병원에 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허리디스크로 정형외과 물리치료를 받고 있는 김모(45)씨는 “통증 때문에 주기적으로 물리치료를 받는데 자가격리 때 치료할 수 없어 굉장히 고생했다”며 “확진자에게도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는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의료계는 부담을 토로하고 있다. E병원의 한 의료진은 “병·의원은 준비도 없이 확진자 분리 공간, 대면 진료공간을 따로 만들어야 하고 일하는 사람 모두 방역 장비도 갖춰야 한다”며 “확진자 진료가 가능해지면 병원에 있는 고위험군이 위험에 처하고 이러한 부담도 온전히 의료진이 감당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야간진료를 하는 G의원 간호사는 “신속항원검사에 이어 대면진료까지 맡으면 의원 수가는 늘지라도 의료진 업무는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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