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세 달 전 처음 론칭한 ‘원(WON)소주’에 대한 국내외 소비자들의 기대 이상 반응에 ‘한국식 증류주’를 만들어 전 세계에 선보이겠다는 제 꿈도 빠르게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어떤 나라에 여행을 가도 원소주를 마실 수 있게 됐을 때 다시 ‘여행자’로 돌아갈 것입니다.”
김희준(39·
사진) 원스피리츠 CCO(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는 19일 서울 강남구 위워크 디자이너클럽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 김 CCO는 자신의 역할을 요즘 국내 주류업계에서 가장 핫한 ‘원소주’의 소비자 소통과 고객 관리, 콘텐츠와 크리에이티브를 ‘C’ 한 글자에 모두 담은 총괄 브랜드 매니저(BM)라고 소개했다.
| ▲지난 3월1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나이스웨더마켓에서 열린 ‘원소주 원모어 팝업 스토어’ 현장에서 김희준 원스피리츠 CCO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원스피리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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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피리츠는 일명 ‘박재범 소주’로 인기몰이를 하며 지난 2월25일 출시와 함께 연일 ‘품절 대란’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증류식 소주 ‘원소주’를 제조·판매하는 농업회사다. 강원 원주시 지정면에 증류소 양조장을 둔 영농법인으로 이곳에서 생산하는 주류 제품은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전통주’ 혹은 ‘지역특산주’로 분류된다.
김 CCO는 주류 관련 콘텐츠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던 중 지난 2019년 페르노리카 스카치 위스키 브랜드 ‘발렌타인’ 초청으로 영국 스코틀랜드 양조장과 증류소를 투어하는 기회를 얻었다. 그는 “투어를 하다가 스카치 위스키처럼 전 세계인 누구나 알아주는 한국식 전통주가 없다는 아쉬운 마음에 직접 한국을 대표하는 증류주를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김 CCO는 귀국 후 관련 경험과 쌓은 인맥을 바탕으로 실제 행동으로 옮겼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사업적 파트너의 소개로 인기 힙합가수 겸 프로듀서 박재범을 만나게 됐다. 둘은 곧바로 의기투합하게 됐고 사업에 드라이브가 걸렸다. 하나라는 ‘원(ONE)’, 승리의 ‘원(WON)’, 그리고 소망의 ‘원(Want)’ 3가지 의미를 담은 ‘원소주’를 브랜드로 결정하고 지난해 4월14일 강원 원주에 영농법인을 세우고 소규모 양조장을 설립했다. 이들이 원하는 소주 콘셉트는 ‘깔끔한 한국식 증류주’였다.
| ▲힙합가수 겸 프로듀서 박재범(오른쪽) 원스피리츠 대표와 김희준(왼쪽) CCO가 강원 원주 증류소에서 자신들이 만든 증류식 소주 ‘원소주’를 시음하고 있는 모습.(사진=원스피리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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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과 함께 상품 기획·개발부터 뛰어든 김 CCO는 지난해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 대규모 주류박람회를 찾아 전통주를 포함해 200종류가 넘는 술을 하나하나 직접 마셔보며 영감을 구했다. 김 CCO는 “충북 충주 양조장 ‘담을술공방’의 증류주 ‘주향’이 특히 마음에 들었는데 그 비결이 ‘옹기장인’ 이윤 담을술공방 대표가 직접 빚은 숙성전용 항아리(옹기)인 것을 보고 ‘이거다’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곧장 ‘옹기 숙성을 거친 증류식 소주’로 제품을 구체화했고 이 대표를 설득해 원소주 생산을 위한 옹기 제작과 공급을 받기로 했다.
원스피리츠의 자체 증류소는 월 2000병(375㎖ 기준) 생산 수준에 그치다 보니 생산량 확보를 위한 협업 양조장도 물색해야 했다. 주류박람회를 통한 발로 뛰는 접촉 끝에 깔끔한 여과 기술을 자랑하는 충북 충주 ‘고헌정’과 상압증류 방식의 강원 원주 ‘모월’ 등 지역 양조장과 사업 파트너를 맺고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생산을 맡길 수 있었다.
현재 충주 고헌정에서는 지난 2월 처음 선보인 알코올 도수 22도의 옹기 숙성 증류주 ‘원소주’를 생산하고 있고 오는 7월 전국 약 1만6000곳 GS25 편의점에서 판매를 시작할 ‘원소주 스피릿’ 생산도 담당한다. 공급량 확대를 위해 일종의 ‘보급형’ 버전으로 옹기 숙성을 생략한 ‘원소주 스피릿’을 선보이는 것이다. 대신 도수는 24도로 2도 올리고 가격은 낮춰 가성비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 ▲매일 2000병 ‘품절대란’ 열풍을 이어가고 있는 ‘원소주’ 온라인몰 화면.(사진=원스피리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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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모월에서는 오는 9월 ‘상압증류식 원소주(명칭 미정)’을 생산·출시할 예정이다. 감압증류주는 압력과 끓는 점을 낮춰 깔끔한 맛을 내지만, 상압증류주는 보다 전통적 제조법으로 보통의 대기압에서 만들어 아로마 등 풍미가 풍부하다는 평가다. 김 CCO는 “상압증류식 원소주는 전통적 느낌을 살린 명칭으로 구상하고 있다”면서 “독일에서 직수입한 고급 증류기가 조만간 원스피리츠 증류소에 도착할 예정인데, 이곳에서는 ‘원소주 리미티드’ 등을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스피리츠는 당초 ‘한국을 대표하는 증류식 소주’라는 목표대로 해외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60여개국 파트너사들로부터 제안을 받고 있으며, 올해 안으로 미국에 처음 해외 진출할 예정이다. 단순 한인마트 등이 아닌 현지인을 대상으로 로컬 바(bar)와 레스토랑 등에 적극 입점해 ‘원소주가 만드는 문화’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또 국내 여행커뮤니티 ‘여행에 미치다’와 협업해 공식 진출 전 기다리는 현지인들에게 해당 국가로 여행에 떠나는 국내 여행자가 서포터즈로서 원소주를 선물로 주는 ‘딜리버리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김 CCO는 “원소주 첫 출시 때만 해도 한 달에 2000병씩 팔아보자는 계획이었는데,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현대백화점 더현대서울 첫 판매 팝업스토어에서 1주일간 2만병이 팔리고 지금은 매일 온라인 판매 시작과 동시에 2000병이 완판되는 등 기대 이상의 속도”라며 “해외 진출뿐 아니라 이태원(WON) 혹은 강원(WON) 등 원(WON)을 활용한 지역 소상공인 연계 활동도 선보이면서 ‘술이 아닌 문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