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에서 초2 딸을 키우는 워킹맘 김모(39)씨는 지난 2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발표한 학원 원격수업 권고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간 오전에는 자영업을 하는 시부모에게 아이를 맡긴 뒤 오후에는 학원에 보냈는데, 학원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하면 오후에 아이를 봐줄 곳이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갑자기 학원에서 원격수업 결정이 났다고 연락이 올까봐 휴대전화가 울릴 때마다 깜짝 놀란다”며 울상을 지었다.
정부가 전국 학원에 원격수업을 권고하자 학원가와 학부모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학원가는 “학원을 더 이상 희생양 삼지 마라”며 반발했고 학부모들은 방학 중 자녀 돌봄을 맡아 줄 학원마저 원격수업을 진행한다면 낭패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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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학부모들은 자녀가 다니는 학원 수업이 당장 원격으로 전환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에서 초1 딸을 키우는 이모(41)씨는 “오전에는 혼자 두더라도 오후에는 학원에 보내서 마음이 편했다”며 “학원도 못 보내면 애가 혼자 집에 하루 종일 있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간 방학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맞벌이 학부모는 대부분 태권도장을 포함, 자녀를 2~3개의 학원에 보내는 것으로 자녀 돌봄을 해결했다. 공교육 틀에서 수용하지 못하는 돌봄 수요를 사교육으로 해소해온 셈이다. 경기도 거주 초3 학부모 김모(44)씨는 “신도시라 공공 돌봄 경쟁률이 너무 높아 학교 돌봄교실에는 아이를 맡길 수가 없다”며 “월 60만원 정도를 투자해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데 이마저도 안되면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원격수업, 강제 조치로 바뀔까” 전전긍긍
학원 원장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면수업이 축소됐던 팬데믹 때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나타냈다. 서울 양천구에서 보습학원을 운영하는 이호진(52)씨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전면 원격수업을 진행할 때 수강생이 줄어 학원 운영이 힘들었다”며 “이제 좀 괜찮아졌나 싶었는데 다시 원격수업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현재는 권고안이지만 코로나 재유행이 심화되면 강제 전환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다.
대부분의 학원은 이번 권고안에 따른 원격수업 전환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박윤영 연합회 총무부장은 “원격수업에 대해 학부모나 학생들의 반응이 부정적”이라며 “권고안이 나왔다고 당장 원격수업으로 전환할 학원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입장을 가진 학원에서도 코로나 재유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호진 원장은 “지금 당장 원격수업을 할 생각은 없지만 언제 강제로 바뀔지 모른다”며 “학원 자체적으로 원격수업에 대한 대비는 해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