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소현 김대연 기자] “점심시간이니 1시에 오세요.”
20일 서울 도봉구에 있는 북부지방법원 민원실 직원들은 점심시간 전인 오전 11시 55분께 민원인들에게 이렇게 안내했다. 법원 민원실이 오후 12시부터 1시까지 점심시간을 운영하는지 모르는 민원인들은 발길을 돌리거나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해 불편을 호소했다.
| 서울 도봉구에 있는 북부지법 민원실이 점심시간(12:00~13:00)에 운영하지 않아 텅텅 비어있다.(사진=김대연 기자) |
|
이날 법원에 처음 방문한 의류업에 종사하는 이모(50)씨는 “부동산 등기 관련 업무를 봐야 하는데 당연히 운영할 줄 알고 왔는데 민원실에 점심시간이 있어 조금 당황했다”며 “아무래도 일을 하다 보니 바빠서 점심시간에 잠깐 여유를 내서 올 수밖에 없는데 민원실 운영을 안 하고 있어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점심시간에 텅텅 빈 법원 민원실을 내내 서성이던 자영업자 김모(49)씨는 “민원실은 당연히 열려 있을 줄 알았는데 점심시간이 따로 있는지 몰랐다”며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법원 민원실은 점심시간이면 상주하는 직원이 1명도 없어 민원인이 도움을 받을 방법은 없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60대 강모씨는 “사건 번호를 알아내 경매과로 가야 하는데 방법을 모르겠다”며 “점심시간이더라도 상주하는 직원 한 명 정도는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해결방법을 못 찾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법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법원 문턱은 과거보다 낮아졌지만, 대국민 민원 서비스만큼은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서 민원실을 비롯해 주민센터, 우체국 등 다른 관공서 민원실은 공무원이 교대로 점심을 먹으면서 기본적인 민원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고 개방하지만, 유독 법원만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어서다. 북부지법뿐 아니라 서부지법 등 서울 관내 다른 법원을 비롯해 전국 법원이 점심시간을 운영하고 있다.
| 서울 도봉구에 있는 북부지법 민원실이 점심시간(12:00~13:00)에 운영하지 않는 것을 모르고 찾은 민원인들이 대기하고 있다.(사진=김대연 기자) |
|
실제 사법부 소속인 법원과 달리 행정안전부 소속 경찰 민원실은 점심시간에도 운영한다. 민원실에 근무하는 경찰 공무원의 점심시간은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로 교대로 점심을 먹기에 가능한 시스템이다. 강북경찰서 관계자는 “하루에 민원실에 방문하는 인원은 70~80명 정도 되는데 민원실 문은 점심시간에도 열려 있어 일반 교통 민원 등은 처리할 수 있다”며 “다만 민원실에서 수사 민원 상담이나 범죄경력조회 창구는 담당직원이 1명이라 12시부터 1시까지 운영이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법원 측은 다른 관공서와 달리 법원만 점심시간에 민원실을 운영하지 않는 것은 1981년 제정된 법원공무원규칙 제77조 2항에 근거한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규칙은 ‘공무원의 1일 근무시간은 9시부터 18시까지로 하며, 점심시간은 12시부터 13시까지로 한다’고 돼 있다. 단, ‘소속기관장이 직무의 성질, 지역 또는 기관의 특수성을 감안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예외로 근무시간 외 근무를 명할 수 있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그러나 법원이 재량을 통해 불편한 대국민 민원서비스를 개선하려는 명령을 내린 적은 관련 규칙이 제정된 후 40년간 전혀 없다.
법원 문턱을 낮추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대국민 민원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에 법원 측은 ‘인력부족’을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서부지법 관계자는 “점심시간에 민원실은 운영하지 않음으로써 민원인이 불편하다는 단점은 있겠지만, 법원에 잉여 인력이 없다”며 “민원실 당직 근무를 하려면 단순히 민원만 접수하는 게 아니라 민원인을 응대하고 답을 해줘야 해서 본인이 맡은 업무를 알지 못하면 현실적으로 답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어 점심시간에 민원 접수를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북부지법 관계자는 “점심 당직 및 교대 근무와 관련해서는 소속 법원의 재량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서울 마포구에 있는 서부지법 민원실에 점심시간 이후 관련 접수를 안내하는 표시판이 있다.(사진=김대연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