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현정 인턴기자] 미국 추상표현주의의 대가 윌렘 드 쿠닝의 명작 ‘여인-오커(Woman-Ochre)’가 37년 만에 다시 공개된다.
| 37년 만에 대중 앞에 서게 된 윌렘 드 쿠닝의 ‘여인-오커(Woman-Ochre)’. (사진=abc뉴스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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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CNN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게티 센터에서 다음달 7일 ‘여인-오커’의 귀환을 환영하는 전시 ‘드 쿠닝을 보존하기: 도난과 복원’이 열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1955년 제작된 해당 작품은 드 쿠닝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이며 가치는 1억 6500만달러(약 1840억원)에 달한다. 본래 미국 애리조나대 미술관에 전시돼 있었는데 1985년 추수감사절에 도난당한 뒤 오랫동안 자취를 감췄다. 도둑을 찾기 위해 미국 연방수사국(FBI)까지 나섰으나 결국 잡지 못해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었다.
‘여인-오커’는 그로부터 32년이 지난 2017년 한 중고 장터에 홀연히 나타났으며 골동품상 데이비드 반 오커가 2000달러(약 220만원)를 주고 이를 구매해 가게에 전시했다. 그는 처음에는 작품의 정체를 몰랐지만 가게를 방문한 미술 애호가들을 통해 곧 사실을 알게 됐다.
오커의 제보로 ‘여인-오커’는 2017년 말 미술관에 반환됐으나 심각한 훼손으로 그동안 대중 앞에 공개되지 못했다. 도난 당시 칼로 도려낸 흔적과 누군가가 서툴게 발라놓은 페인트로 인해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2019년 ‘게티 보존 기관(GCI)’의 과학자와 미술품 복원 전문가는 첨단 기술을 이용해 복원을 시작했다. ‘매크로 X선 형광 분석(MA-XRF)’을 활용해 작품에 사용된 물감 성분과 종류, 색상을 파악했으며 전문가들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떨어져 나온 조각들의 제자리를 찾았다. 또 뭉개진 부분과 균열에는 다시 그림을 그려 넣어야 했는데 이는 차광 돋보기 안경과 현미경을 사용해야 하는 매우 섬세한 작업이다.
3년에 걸친 복원 끝에 작품은 기적적으로 원래 모습을 되찾았으며 37년 만에 대중 앞에 다시 서게 됐다. 작업에 참여한 울리히 베르크마이어는 “기술을 통해 훼손 부분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라며 “도난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과정이 이 작품의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