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추미애 지우기’ 돌입…다음은 ‘조국 지우기’

취임 하루 만에…합수단 설치, 秋라인 물갈이 ‘속도전’
'조국 셀프방어' 논란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손볼듯
법조계 “文정권 비리수사 마치려면 정치검사 정리 필요”
“전임 장관 정책이라도 현실에 안 맞으면 바로잡아야”
  • 등록 2022-05-19 오후 5:02:24

    수정 2022-05-19 오후 9:23:49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이른바 ‘추미애 지우기’에 속력을 내고 있다. 취임사에서 “검찰을 두려워해야 할 것은 오직 범죄자뿐”이라며 검찰 기능 정상화 의지를 재차 밝힌 한 장관은 야권의 반발과 무관하게 ‘文정부 법무·검찰 행정 지우기’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 장관은 취임 바로 다음 날인 18일 ‘금융·증권범죄합수단(합수단)’을 재출범했다. 지난 2014년 검찰·금융위원회·국세청 등 전문 인력을 중심으로 설치됐던 합수단은 금융 범죄 수사를 전담해왔다. 하지만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검찰 직접수사 부서 축소 방침에 따라 합수단을 폐지 시켰고, 이후 합수단의 필요성이 제기돼도 “부패범죄의 온상”이라며 일축했다.

당시 검찰 내부에선 추 전 장관이 여권 인사들이 연루된 사건 수사를 뭉개기 위해 합수단 폐지를 강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나아가 합수단 폐지 후 증권범죄 기소건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 추 전 장관 책임론이 불거졌다. 이번 합수단 부활로 금융범죄 수사가 다시 활기를 띨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한 장관은 18일 단행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이른바 ‘추미애 라인’으로 분류돼 주요 보직을 맡고 있던 이성윤, 심재철, 이정수 검사 등을 모두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시켰다.

애초 법조계 안팎에서는 한 장관이 검찰 내부 분열과 야권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추미애 라인 검사도 일부 중용하는 탕평 인사를 펼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 같은 부담을 무릅쓰고 ‘물갈이’를 단행한 것은 권력형 비리를 색출하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는 정치검사들을 사전에 정리하고 정치적 행위에 대한 엄단 의지를 밝혔단 해석이 나온다.

검찰 출신 임무영 변호사는 “일선 검사들은 검수완박 법안 시행을 4개월 앞두고 전 정권 비리 수사 처리에 속도를 낼 텐데 기소의 결재권은 결국 간부들이 쥐고 있다”며 “친문 성향의 간부들이 중간에서 사건처리를 미룰 수도 있는 만큼 그런 정치검사들을 사전에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사진왼쪽)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사진=연합뉴스)
이처럼 전광석화로 ‘추미애 지우기’를 추진한 한 장관은 곧이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때 만들어진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손보면서 ‘조국 지우기’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피의사실과 수사상황을 언론에 공개하는 것을 금지하는 이 규정은 수사 중인 피의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로 제정됐다. 하지만 당시 검찰 수사를 받던 여권 인사들이 주로 혜택을 보면서 ‘방탄 규정’이라는 비판이 잇따랐고 일가 관련 비리로 수사를 받던 조 전 장관도 수혜를 입어 ‘셀프 방어’ 지적도 제기됐다. 이 규정은 법무부 훈령이어서 국회를 거치지 않고 장관이 개정할 수 있는 만큼 개정 절차가 빠르게 진행할 전망이다.

아울러 조 전 장관이 검찰개혁 주요 과제로 내세웠던 법무부의 ‘탈(脫) 검찰화’ 철회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조 전 장관은 법무부 주요 보직의 검사 독식을 막고 검찰에 대한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탈 검찰화를 추진했지만 한 장관은 법무부의 업무 전문성, 연속성 저하 등을 지적하며 탈 검찰화에 문제의식을 드러낸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 검사 출신 박인환 변호사는 “전임 장관이 주요하게 내세운 정책이라도 현실에 부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바로잡는 것이 당연하다”며 “검찰 일선을 지키고 있던 한 장관은 문재인 정권의 검찰 힘 빼기 정책에 따른 문제점을 스스로 체감하고 이를 고치기 위한 속도전에 나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박 변호사는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은 한 장관이 검찰개혁을 되돌리고 검찰공화국이 재현됐다고 비난하겠지만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애초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고 한 장관이 임명된 것은 전 정권의 법무·검찰 행정을 바로잡으라는 여론이 반영돼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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