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신상털기'에 입 뗀 '친구A'…"수사좀 지켜보자" 반대여론 확산

故 손씨 친구 A씨 측, 17일 첫 입장문 통해 침묵 깨
허위사실 유포에 우려 표해…"억측 삼가달라" 호소
해명·반박에도 손씨 지지자들 "친구 A가 살해범"
"각종 억측에서 A 보호하자" 온라인 모임도 생겨
  • 등록 2021-05-17 오후 5:24:14

    수정 2021-05-17 오후 9:58:18

[이데일리 이용성 공지유 기자]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대학생 고(故) 손정민(22)씨가 숨진 채 발견된 지 17일 만에 손씨와 당시 함께 술을 마신 친구 A씨가 침묵을 깼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신상 털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어 더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A씨 측의 해명에도 그를 범인으로 예단하는 사람들과 이에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갈려 ‘한강 대학생 실종·사망 사건’을 둘러싼 여론이 ‘의혹’과 ‘자중’으로 양분되고 있는 양상이다.

16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고(故) 손정민씨 사건의 진실을 밝히라며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고(故) 손씨 친구 측 17일 해명·반박…“경찰 수사 기다려야”

A씨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 정병원 변호사는 17일 오전 입장문을 통해 “고인이 사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혹이 억울하다고 해명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에게 상처가 되는 일을 삼가기 위해 그동안 숱한 억측과 의심을 참고 감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 변호사는 “A군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와 신상 털기 등이 이미 도를 지나친지 오래이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도를 넘는 억측을 삼가주기 바란다”며 “A군과 가족들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법률대리인은 A씨를 둘러싼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손씨와 A씨가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는 주장에 대해 “A군과 고인은 대학 입학 이후 곧 친하게 된 사이로 수차례 국내여행은 물론 해외여행도 함께 갔을 정도로 친분이 있는 사이”라고 전했다. A씨의 술자리 제안에 손씨의 친구 B씨가 보낸 ‘죽었던 사람이 살아 돌아왔나’라는 메시지에 대해서는 “올해부터 A군이 학업에 전념하기로 하면서 A군이 술자리를 피하게 되자, 손씨가 이후 농담조로 ‘내가 알던 A는 죽었다’라고 여러 차례 말했었다”고 해명했다.

‘A군의 성적이 부진해 다른 동기들을 질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A군 전공 특성상 올해 성적부터 의미가 있는데, 현재까지 나온 성적은 한 과목뿐이고 A군의 해당 성적이 우수해 동기들을 질투할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16일 오후 故(고) 손정민씨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 억울한 죽음을 풀어달라고 모인 사람들의 온라인 단체 대화방 화면.(사진=온라인 단체 대화방 갈무리)


각종 루머 ‘난무’…“A씨가 진범” vs “마녀사냥”

그러나 손정민씨가 사망한 후 17일 동안 퍼진 각종 ‘가짜뉴스’와 신상 털기는 이미 주워담을 수 없는 상태다. 그간 ‘A씨의 부친이 경찰이다’, ‘법조계 유력 인사다’라는 루머가 퍼졌지만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A씨의 외삼촌이라고 지목된 최종혁 서울경찰청 수사과장도 16일 루머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16일에는 반포한강공원에 사건 진상을 규명해달라며 약 300여명이 모여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중 일부는 경찰을 향해 욕설과 고성을 퍼붓거나 A씨의 실명을 거론하며 “OOO가 진범이다. 구속 수사하라”라고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손씨의 사건을 담당하는 서초경찰서에 항의 방문해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A씨의 해명과 반박에도 여전히 ‘손씨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달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손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범인으로 A씨를 예단하고 있으며 수사 기관을 향한 불신도 여전하다. 손씨의 부친인 손현(50)씨는 이날 “불리한 정황에 대한 해명은 없고, 일부 사실 관계가 틀린 주장도 있다”며 A씨 측 입장에 즉각 반박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자 ‘A씨를 보호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한 모바일 커뮤니티에는 최근 ‘친구 A 보호 모임’ 대화방이 개설됐다. 이들은 “이미 국민들 사이에선 A씨가 진범”이라며 “무근거·무논리를 반대하고 손씨의 사망과 A씨가 현재까지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경찰청 기동대 소속 경찰관 20여명이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공지유 기자)
◇경찰 수사 결과에 이목 집중…경찰 “사망 경위 확인 중”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을 둘러싼 갈등과 루머 확산의 마침표는 결국 경찰이 손에 쥐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가 손씨의 사인을 익사라고 결론 내렸지만, 어떻게 손씨가 물속으로 들어가게 됐는지 등 손씨와 A씨의 마지막 행적을 재구성하는 것은 경찰의 몫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관련 사건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를 면밀하게 확인하고 있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A씨 측이 침묵을 깨고 입장을 밝힌 만큼 더 이상 루머 양산을 막기 위해 수사기관을 믿고 결과를 지켜 보자는 입장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전혀 관련 없는 루머나 가짜뉴스, 신상 털기로 수사의 자금과 인력이 집중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차분하게 경찰 수사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경찰 수사는 객관적인 증거와 관련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해야 하지만, 음모론과 루머 등으로 인해 수사가 중심을 잡기 쉽지 않고 혼선을 빚을 수 있다”면서 “지나치게 결론을 정해놓은 듯한 주장은 치안력 낭비로 작용하고 수사를 방해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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