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도까지 치솟는 폭염에 습한 날씨까지 계속되면서 길거리에 배출된 쓰레기 악취가 코를 찌르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분리 배출 시간을 저녁으로 설정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무단투기 쓰레기는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배출되고 있어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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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가 1~2일 서울 관악구와 서대문구 등 일대를 둘러 본 결과 상습 무단투기 지역에 버젓이 일반·음식물 쓰레기들이 함께 버려져 있었다. 전봇대마다 ‘무단투기 금지’, ‘이곳은 쓰레기 배출장소가 아닙니다. 내 집 앞, 내 상가 앞에 배출하시기 바랍니다’ 같은 경고 팻말이 붙어 있는 게 무색한 수준이었다.
배출 시간이 아닐 때 버려져 길거리에 방치된 쓰레기는 동네의 골칫거리다. 종량제 봉투가 터져 도로 위에 내용물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한다. 쓰레기 더미 근처 대로변을 걷기만 해도 숨을 쉬기 힘들 정도의 악취에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퇴근길마다 상습 무단투기 지역을 지나간다는 서대문구 거주 김모(27·여)씨는 “여름이라 냄새가 쉽게 그곳을 지나자 마자 구역질이 났다”며 “불법투기 하는 사람들이 이 냄새를 직접 맡아봤으면 좋겠다”고 분노했다.
또 다른 구로구 거주자 B씨는 “이미 쓰레기가 쌓여 있다 보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곳에 버려도 되는 줄 알고 자잘한 쓰레기를 버리고 간다”며 “냄새가 너무 많이 나서 불쾌한 얼굴로 지나갈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은 무단투기자들을 색출해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안모(26·여)씨는 “(범죄의) 경중을 떠나서 무단투기는 불법”이라며 “아무리 작은 불법이라도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구 거주자인 김모씨는 “불법투기하는 사람은 보통 상습범이다. 이런 사람들은 구청이 나서서 잡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가정에서 배출되는 생활폐기물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하루에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은 9847.4t으로 전년 대비 3.59% 증가했다. 자치구별로는 강동구(808.2t), 송파구(599.4t), 강남구(591.2t) 순으로 많았다. 아직 통계 집계가 되지 않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배달·택배 문화가 확산해 작년과 올해 쓰레기 발생량은 더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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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구는 지난 5월부터 오는 8월까지 3개월간 쓰레기 무단투기 상습지역을 집중적으로 단속 중이다. 주 3회 정기 순찰을 실시해 민원이 지속적으로 들어오는 구역을 중심으로 실시한다. 관악구의 경우 지난 6월 한 달간 무단투기가 주로 이뤄지는 주말을 중심으로 남부순환로, 관악로, 봉천로 등을 집중 단속했다.
단속반은 무단투기 쓰레기를 발견하면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해 쓰레기를 버린 사람을 잡아낸다. 신원을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 직접 쓰레기봉투를 열어 택배 운송장 등 단서를 찾아 신상을 파악해 과태료를 물린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아무래도 단속을 하게 되면 경각심이 생겨서 개선되는 부분이 있다”며 “직접 직원들이 현장에 나가 신원을 특정해 적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속만으로는 무단투기를 근절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시민들이 성숙한 의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자체 관계자들은 당부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주민들이 분리배출을 생활화하고 무단투기를 하면 내 이웃이 피해를 본다는 인식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