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현 기자]더불어민주당의 4·15총선 공천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 가운데 86세대(1980년대 학번·1960년대생)라 남성 현역 의원들은 대부분 공천권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선 이상 86세대 남성 의원들은 모두 경쟁 없는 단수 공천으로 본선에 직행했다. 세대교체 요구가 거셌음에도 현역 공천 물갈이가 30%에 미치지 못한 결정적 배경이다.
12일 현재, 6차에 걸친 민주당 경선·전략공천·단수 후보 추천으로 공천이 확정된 86세대 남성 의원은 49명이다. 출마를 시사한 53명 중 현재까지 무려 92.4%가 공천권을 따냈다. 정재호(컷오프)·이춘석(경선 탈락) 의원만 공천을 받지 못했다. 역시 86세대인 김정호 의원은 컷오프 대상자였으나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을 뒤집고 경선을 치른다.
86세대 남성 의원의 공천율이 높은 건 단수공천 덕이다. 대다수인 39명(79.5%)이 단수공천을 받았다. 특히 이인영·윤호중·우상호·홍익표 의원 등 재선 이상인 20명은 예외없이 단수공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4선인 조정식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시흥을은 애초 경선 대상 지역이었으나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에 따른 추경안 논의가 진행 중인 것을 감안해 단수 공천으로 바뀌었다. 조 의원은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다.
86세대 남성 의원들이 승승장구 하는 사이 민주당이 강조한 세대교체 및 여성·청년 우대 공천은 공수표가 됐다. 공천이 확정된 225명 중 86세대는 143명으로 63.1%를 차지했다. 이에 반해 여성은 29명으로 12.8%에 그쳤다. 그나마 절반이 넘는 15명이 현역 의원이다. ‘청년’이라 부를 만한 20·30세대는 5명에 불과하다.
정치권에서는 시스템을 내세운 민주당의 개혁 공천이 사실상 실패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내 86세대 대부분이 ‘친문’으로 분류되는 만큼 계파 공천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 결과라는 것.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권 하반기에 대비해 대야투쟁력이 강한 86세대를 대거 공천한 결과가 나왔다”고 평가하며 “친정체제 갖추려다 지난 총선에서 패했던 새누리당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하며 대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