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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대통령실 등 내부 검증 자체부터가 느슨했다는 정황이 포착된다. 지난 10일 자진 사퇴한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경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절 학생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성희롱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졌다.
대통령실이 이를 알고도 지명한 점을 인정하면서 책임론이 부각됐다. 대통령실은 송 후보자 지명 직후 해명 자료를 통해 “검증 과정에서 이 사안과 관련해 발언 경위 및 구체적 내용 등을 확인했다”며 “당시 후보자는 참석자들에게 사과했고 그것으로 일단락된 사안으로 학교의 별도 처분이 없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송 후보자를 포함해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정호영·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까지 총 4명이 각각의 의혹에 휩싸이며 스스로 물러났다. 특히나 방역 체계와 연금 개혁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의 수장 자리가 공백이 더 길어지면서 새 정부에겐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국회 원 구성 지연으로 인사청문회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일부 인사는 임명을 밀어붙인 점도 논란을 키웠다. 원 구성 지연 책임을 대통령에게 돌릴 수는 없으나, 야권은 물론 여론의 비판에도 철저한 검증 없이 임명을 강행한 것은 독선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그 예다. 박 부총리는 만취 음주운전 및 갑질 의혹 등을 이유로 부적격하다는 판단을 받았다.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기류 속에서 고심하던 윤 대통령은 지명한지 약 40일 만에 결국 박 부총리를 임명했다.
국회 원 구성이 여전히 난항인 가운데, 윤 대통령은 11일 김주현 신임 금융위원장 임명을 재가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김창기 국세청장,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에 이어 국회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된 네 번째 고위 공직자가 됐다. 경제 위기 속에서 민생 회복을 위해 챙겨야 할 현안이 많은 자리인 만큼, 더 이상 공석으로 둘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국민 정서를 헤아려 사과나 유감을 표명하기는커녕, 오히려 야당과 언론에 화살을 돌리며 사태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임명식 자리에서 박 부총리에게 “언론, 야당의 공격을 받느라 고생 많이 했다”며 “소신껏 잘 하십시오”라고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5일 도어스테핑 당시에도 반복되는 인사 실패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전 정권에서 임명된 장관 중에서 그렇게 훌륭한 사람들을 봤느냐”면서 “다른 정권 때와 한번 비교를 해보라. 사람들의 자질이나 이런 것들을…”이라고 답했다.
야권에서는 이에 대해 `오만`, `독선`, `참사`로 규정하며 강력하게 규탄하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인사 참사의 끝은 어디냐”며 “윤석열 정부는 인사 시스템에 대한 재정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정의당 또한 “부실·독선·오만의 인사 실패에 대한 윤 대통령의 책임 있는 사과와 인식 전환을 촉구한다”고 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