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헌정사 처음으로 체포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압송된 후 경기도 과천 공수처 청사 앞은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을 지키던 보수 지지층은 윤 대통령의 압송으로 공수처에서의 결집을 예고하고 있어 공수처 인근에서도 대규모 집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한 15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윤 대통령이 탄 차량이 공수처로 향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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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윤 대통령 압송이 예고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앞은 출발 전부터 경찰 차벽 수십 대를 비롯해 수백 명의 경찰 인력이 배치되는 등 삼엄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날 오전 10시 33분,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집행하며 새벽부터 이어진 한남동 관저 앞 대치 상황은 일단락을 맺었다. 윤 대통령은 오전 10시 52분께 경찰의 호송차량 대신 대통령경호처의 경호차량에 탑승한 채 공수처에 도착했다.
이날 오전 공수처 입구에 대기하던 일부 윤 대통령 지지층은 오전 10시 52분께 윤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 입장하자 혀를 끌끌 차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은 공수처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아이고”, “어쩌나” 등의 탄식을 내뱉는 한편, 진보 단체의 모습이 보이자 화를 내며 거친 말을 내뱉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로 압송되면서 한남동 관저 앞을 지키던 보수 단체 역시 공수처로 결집 장소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 태극기를 든 채 공수처 입구를 지키고 있던 한 여성 지지자는 “용산에 있는 사람들한테 전화가 왔는데 여기로 다들 올 거라고 한다”면서 “대통령께서 응원해달라고 했지 않나”라고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또 다른 중년의 남성 지지자는 “나올 때까지 여기서 지켜야 하지 않겠냐”면서 “지금 각자 소집 연락 돌리고 있다”고 결집을 예고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영장이 발부되고, 영장 심사권이 없는 법원이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는 것을 봤다”며 “국민들을 기만하는 이런 불법이 자행되고 무효인 영장에 의해서 절차를 강압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정말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이들이 경호 보안구역을 소방장비를 동원해서 침입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서 일단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면서도 “공수처의 수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한 마음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이날 윤 대통령 체포 직후 기자단 공지를 통해 “대통령은 관저를 떠나기 전 마지막 말씀으로 ‘지금 이 순간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다치지 않는 것이다. 국민들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는 말씀을 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새벽부터 관저 앞을 지키던 보수단체 회원들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소식에 오열하는 등 격양된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경찰이 길목을 막아서자 달려들거나 경찰을 향해 욕설을 뱉는 등 과격한 행동으로 저항했다. 일부 지지자들이 경찰의 저지선을 넘어 차량이 통행 중이던 차선에서 대(大)자로 누우며 버티자 경찰은 경고 방송 후 진압에 나서는 소동이 일었다.
| 15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입구에서 한 대통령 지지자가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박동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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