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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 재건축조합과 시공사업단이 파열음을 내고 있는 원인은 ‘공사비’다. 갈등의 시작은 공사비를 2조 6700억원에서 3조 2300억원으로 5600억원가량 증액한 2년 전 계약이다. 이 같은 내용은 2019년 12월 조합 총회에서 의결됐고, 2020년 6월 당시 조합장은 시공사업단과 계약을 확정했다.
그런데 이후 조합원들은 공사비 증액이 너무 과도하다며 조합장 해임을 추진, 2020년 7월 조합장이 사퇴하고 한 달 뒤인 8월 조합 집행부가 모두 해임됐다. 새로 뽑힌 조합 집행부는 해임된 조합장이 맺은 계약은 법적, 절차적으로 문제가 많다며 ‘무효’라고 주장 중이다. 시공단은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며 모든 공사를 중단했다.
건설업계에선 조합과 시공단의 강 대 강 대치의 결말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둔촌주공의 갈등 결말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궁지에 몰린 건설사들에 공사비 상승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앞서 신반포15차 재건축 조합과 대우건설 간의 법적 공방은 그동안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며 시공사를 갈아치웠던 조합에 경고 메시지로 작용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정비사업 곳곳에서 공사비 갈등...전문가 “공급일정 차질 우려”
정비사업 현장에선 재건축조합과 건설사 간 공사비 갈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역시 조합과 시공사의 공사비 갈등 탓에 착공 일정이 연기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3.3㎡당 528만원의 공사비를 제시했는데, 일부 조합원들은 인근의 다른 현장과 비교했을 때 공사비가 과하다며 거부하고 있다. 공사비 증액 기준도 소비자 물가지수가 아닌 건설 물가지수를 적용해 시공사에만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 건설사들이 이미지관리 차원에서 조합의 의견을 전격적으로 수용해왔지만, 현재는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인한 건설사 이익 급감으로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둔촌주공 조합과 시공단의 공사비 갈등이 정비업계의 의미있는 선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원자재가격 인상이 지속하고 있는 만큼 정비사업 조합과 시공사간 공사비 갈등을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원자재 가격이 천재지변에 가까울 만큼 오르고 있어 사실상 정상적인 시공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조합에서도 적정한 수준의 공사비 조정을 하는 것과, 사업기간이 늘어나는 것 중 어떤 것이 이로운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