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무인 커피 판매점에 들어선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관 4명은 매의 눈으로 매장 안을 훑었다. 흡사 범죄 현장에서 결정적인 단서라도 찾는 모습이었다. 한 손에 ‘체크리스트’를 든 이들은 출입문이 허술하진 않은지, CC(폐쇄회로)TV 사각지대는 없는지, 결제 방식과 보안 장치 등을 꼼꼼하게 봤다. 순찰을 마친 한 경찰은 “이곳 정도면 보안 상태가 매우 양호한 편”이라며 나가는 순간에도 출입문을 다시 한 번 만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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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예방 활동을 위해 먼저 관내 지구대·파출소 인력을 동원해 무인점포 현황과 위치를 확인했다. 무인점포는 자유업으로 지정돼 신고 업종에서 제외되고 있기 때문에 일일이 현황을 확인해야 한다. 현황과 위치를 파악한 뒤 무인 매장을 돌아다니며 범죄가 발생할 요소가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 미비한 점이 있으면 점주에게 이를 알린다.
코로나19가 유행한 3년여 동안 무인점포가 크게 늘면서 관련 범죄도 늘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발생한 무인점포 절도 건수는 3519건에 달한다. 지난해 3월 절도 건수는 223건에 불과했지만, 같은 해 10월에는 517건으로 2배 넘게 크게 늘었다.
무인점포 관련 범죄 증가에 경찰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매장 출입이 자유롭고 보안이 허술한 점을 노린 범죄자들로 인해 절도뿐만 아니라 기물 파손, 주취자 난동 등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어서다. 무인점포 관련 범죄는 비교적 소액이지만, 향후 중차대한 범죄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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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전히 한계는 있다. 모자나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CCTV를 교묘하게 피하면 범죄자를 잡을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업주들은 자구책으로 절도범 등이 찍힌 CCTV영상 캡처 화면을 매장에 붙여두거나 ‘끝까지 추적해 단죄를 물겠으니 연락하라’는 취지의 경고 글을 붙이고 있지만, 엄포에 불과한 수준이다.
경찰은 방범 시설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날 무인 매장 순찰을 한 경찰 관계자는 “화질이 좋은 CCTV나 얼굴을 인식해야 출입할 수 있는 방범 시설 설치 등이 중요하다”며 “법적인 강제 사항은 아니지만 업주들의 자발적인 예방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