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영국 슈퍼마켓에서 채소가 사라졌다. 이상 기후와 에너지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국산 채소와 수입 채소 모두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 2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테스코 매장에서 토마토 선반이 비어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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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유통업체 아스다는 21일부터 토마토와 오이, 상추, 브로콜리, 피망 등 일부 채소 판매량을 한 사람당 3팩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또 다른 유통업체 모리슨도 다음 날부터 채소 판매량 제한을 시작했다. 이곳에선 오이와 상추, 피망, 토마토 중 한 번에 두 가지 품목만 살 수 있다.
영국농민연합에 따르면 최근 토마토와 오이 등 샐러드용 채소 공급량은 1985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소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줄면서 스페인산 피망은 예년보다 도매가격이 세 배까지 치솟았다.
영국에 채소대란이 생긴 가장 큰 이유는 기상 이변으로 채소 수입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영국은 겨울철 토마토와 상추 소비량 중 각각 95%, 90%를 수입으로 충당한다. 대부분 따뜻한 남유럽이나 북아프리카산이다. 하지만 올해 스페인과 북아프리카 지역에 우박이 쏟아지면서 이 지역 채소 수확량이 급감했다. 우박이 멎은 후에도 예년보다 서늘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채소가 제대로 자라지 않고 있다.
통상적으로 3~4월이 되면 영국 농민들이 채소 농사를 시작하긴 하지만 이때가 돼도 상황이 개선되리라 기대하긴 어렵다. 높은 난방비와 노동력 부족으로 농사를 그만두는 농민이 늘고 있어서다. 온실 농민단체에서 일하는 리 스타일스는 “토마토·오이·고추 등 온실 작물의 영국 내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30%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마크 스펜서 영국 환경식품농촌부 부장관은 21일 영국농민연합 총회에 참석해 “에너지 시장에 엄청난 압력이 있다”며 슈퍼마켓에서 판매량을 제한할 정도일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