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못 가져가”…보이스피싱범 뒷목 잡게 하는 ‘이 할매’ 정체는

보이스피싱 사기꾼 속이는 AI 모델 ‘데이지’
동문서답 대화로 사기꾼 통화 지연시켜
  • 등록 2024-11-19 오후 12:19:48

    수정 2024-11-19 오후 12:19:48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최근 노인을 상대로 금품을 갈취하려는 보이스피싱 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국내외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영국 통신사 O2가 보이스피싱 방지를 위해 개발한 AI 모델 ‘데이지’ (사진=O2 공식 뉴스룸 캡처)
19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 3위의 글로벌 통신사 ‘버진미디어O2(O2·오투)’는 지난 14일 전화 사기를 차단하기 위한 AI 모델 ‘데이지(Daisy)’를 공개했다.

‘데이지’는 할머니의 목소리를 모방한 AI 모델로, 사기꾼들이 자주 사용하는 번호에서 전화가 걸려오면 사람 대신 AI가 전화를 받도록 고안됐다. 사기꾼들이 은행 정보를 알아내려고 시도할 때 여러 AI 모델을 연동시켜 뜨개질, 가족 등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도록 함으로써 실제 사람과 구별하기 어렵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사기꾼들이 시간을 낭비하게 유도해 다른 사람들의 피해를 줄인다는 복안이다.

데이지는 몇 주간 시범 운영되며 효과를 입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O2는 실험용 전화번호를 사기꾼들이 자주 사용하는 리스트에 일부러 추가한 후 가짜 계좌나 개인정보를 제공했다. 일부 대화는 최대 40분까지 진행됐다.

실제 구동 영상에서 피싱범이 컴퓨터로 특정 사이트에 접근하도록 유도하자 데이지는 “오, 내 고양이 플러피 사진이 보이는데?”라며 동문서답했고, 거의 한 시간을 통화했다고 피싱범이 화내자 “어머, 시간이 그렇게 됐니?”라며 피싱범을 농락했다.

이번 일은 유명 유튜버이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짐 브라우닝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그러나 일반 사용자들이 아직까진 직접 사용할 수 없다.

O2는 “사기꾼을 근절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사기성 문자를 차단하는 방화벽 기술부터 AI 기반 스팸 전화 감지 기술까지 모든 것에 투자하고 있다”며 “우리 사기 방지팀의 최신 멤버인 데이지는 사기꾼과의 전쟁에서 상황을 역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기꾼들의 잔인한 게임에서 그들을 따돌리고, 교묘히 속이는 게 데이지의 역할”이라면서도 “사기꾼들은 고객을 특별히 표적으로 삼아 24시간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모든 소비자는 경계를 늦추지 말고 의심스러운 전화와 문자를 신고해 사기를 막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AI를 활용해 보이스피싱 예방에 나서는 곳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스팸 차단 애플리케이션 ‘후후’를 서비스하는 브이피는 지능화되는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해 최근 KT AI 기술을 활용한 ‘보이스피싱 탐지 AI 에이전트’ 공동개발을 완료했다.

후후 앱을 설치한 이용자가 전화 통화를 할 때 AI 모델이 해당 통화 내용을 분석, 보이스피싱 의심 여부를 실시간으로 탐지해서 알려주는 방식이다. 이 서비스는 현재 베타 테스트 진행 중으로, 연내 후후 앱에서 상용화해 무료로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 브이피는 KT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ICT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승인을 받은 ‘실시간 통화 보이스피싱 탐지 서비스’를 바탕으로, 실제 보이스피싱 범인의 목소리까지 학습시켜 서비스에 적용하는 등 AI 기술을 활용해 후후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다.

업계에선 AI 기술 도입으로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보이스피싱 피해가 점차 줄어들 수 있을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FBI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사람들은 지난해 전화 사기를 통해 34억 달러(약 4조7천368억원)의 피해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년(31억 달러)에서 늘어난 수치다.

국내에서도 노인을 대상으로 한 금융 피해는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의 ‘2023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 중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36.4%로 다른 연령대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추위 잊은 아찔 '초미니'
  • 태연, '깜찍' 좀비
  • ‘아파트’ 로제
  • "여자가 만만해?" 무슨 일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