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8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에 기준금리를 25bp(1bp= 0.01%포인트) 인하한 배경으로 금리 인하를 통한 성장률 방어 필요성이 컸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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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보다 성장…내년 1% 성장 전망에 ‘연속 인하’ 결단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금리를 기존 연 3.25%에서 연 3.00%로 내리기로 결정했다. 지난달에 이은 ‘연속 인하’로, 금통위가 2회 이상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2008년 10월부터 2009년 2월까지 이후 15년여 만이다. 이번 금리 결정에선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인하를, 2명(장용성·유상대 위원)은 동결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회의 전 시장 컨센서스는 ‘동결’이었다. 국내 주요 증권사와 연구원이 고심 끝에 지난달 금리 인하기를 시작한 금통위가 이번달에는 ‘쉬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게부채 증가세가 10월에 재차 확대된데다 1400원대를 두고 등락하는 환율도 부담 요소로 꼽혔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폭이 커지는 점도 동결 전망에 힘을 실었다. 주요 외국계 증권사 중에서도 노무라증권이 지난 26일 한은의 ‘깜짝’ 인하를 예상했고, 씨티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대안 시나리오로 채택했을 뿐이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3분기 수출 물량이 예상보다 둔화한 이유를 검토해 보니 일시적 요인보다는 경쟁국과의 수출 경쟁이 심화되는 구조적인 요인이 크다고 판단했다”며, “미국 대선 결과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정책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행정부와 의회를 모두 공화당이 장악하는 이른바 ‘레드 스윕’(Red Sweep)은 예상하지 못한 큰 변수였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이었던 친기업 감세, 고관세, 이민자 추방 정책 등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상당히 커진 것이다.
특히 내년과 후년 경제 성장률이 각각 1.9%, 1.8%로 전망되면서, 1%대로 추정된 것은 물론 잠재 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란 분석에 금리 인하라는 ‘무디지만 강력한 칼’을 연달아 쓰기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측은 기준금리 25bp 인하 시 성장률을 0.07%포인트 정도 올리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 총재는 “인하와 동결 모두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물가와 금융안정 위험이 관리하에 있는 것과 달리 “성장이 당초 예상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내년 초로 예상됐던 국내총생산(GDP)갭(실질 GDP와 잠재 GDP 간의 차이) 플러스 전환이 연말 이후로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잠재성장률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 위기감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성장 경로 불확실성 커”…3개월 내 전망, 동결 vs 인하 ‘팽팽’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정책의 근거가 되는 경제 상황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안정적인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높아졌다”며 “기준금리를 경제상황 변화를 봐가며 추가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 7~8월 기준금리 인하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됐던 가계부채 확대세로 대변되는 금융안정 위험에 대해서는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늦추고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이 시행되면서 안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환율 변동성 증대가 새로운 금융안정 위험 요소로 떠올랐다고 지목했다.
이 총재는 “미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환율 변동성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국내 외환시장과 물가에 대한 영향에도 유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특정 환율 수준이 위기라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변동) 속도가 빠르거나 폭이 너무 클 때 금융시장에 가져올 수 있는 충격을 감안해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외환당국으로서 외환 시장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규모 확대 및 연장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며, “환율 변동성 확대 시 정부와 다양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또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성장률 제고를 위해서는 구조개혁을 통한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한편,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이 총재의 총리 기용설에 대한 질문에는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한은 총재로서 맡은바 현재 업무를 충실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한다”며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