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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지난 2017년 68만169명에서 2021년 91만785명으로 4년 간 34% 증가했다. 특히 20~30대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병원을 찾은 20대 우울증 환자는 지난 2017년 7만6246명에서 2021년 17만3745명으로 약 2.3배 급증했다. 30대 역시 같은 기간 8만2934명에서 13만7133명으로 65% 늘었다. 반면 40대는 30%, 50대는 2%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30대의 비중은 이 기간 23%에서 34%로 늘어났다.
환자가 이처럼 늘면서 정신건강의학과 개설도 자연스레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서울연구원이 최근 심평원 ‘건강보험통계’를 분석해 발표한 지난해 서울 시내 개인 병원(의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대비 지난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개인 병원 진료 과목은 정신건강의학과였다. 2017년 302개에서 지난해 534개로 5년 새 76.8% 늘었다.
기존 ‘정신 병원’이라는 단어의 부정적인 어감을 없애고자 지난 2011년 8월부터 공식적으로 신경정신과를 정신건강의학과로 명칭을 변경하는 등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노력이 정신건강의학과의 관문을 낮춘 일차적 원인으로 거론된다.
의료 현장에서도 실제 2030세대 환자 급증을 실감하는 분위기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나해란 정신건강의학과의 대표 원장인 나해란 원장은 “10년 전만 해도 환자들은 중년 여성과 노인들이 대부분이었는데, 10년 새 젊은층이 압도적으로 늘었고 특히 그중에서도 20대 환자의 증가가 눈에 띈다”며 “약 10년 전부터 학습력 제고 등을 이유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를 위해 소아청소년정신과에 다니던 학생들이 늘기 시작했는데, 그들이 이제 20대가 된 영향도 있고, 요즘엔 사회 분위기도 많이 바뀌어서 과거처럼 ‘이상해서 정신과 간다’는 생각보다는 ‘본인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정신과 간다’는 생각이 확실히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계속 잘해야 한다는 불안감 탓”...“10대 문턱 낮추기 위해선 부모 인식 개선 선행돼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사회 분위기도 2030세대들이 정신건강의학과를 자주 찾는 요인으로 제시된다. 나 원장은 “예전에는 대학만 들어가면 공부를 덜해도 된다든지, 취직을 하면 대체로 안심을 한다든지 하는 분위기였다면 요즘은 그렇지 않다”며 “대학생들도 제2의 고교생처럼 취업이나 시험을 준비해야 하고, 회사원들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지속적으로 자기 계발을 해야 되는 등 계속 잘해야 한다는 불안감 때문에 스스로 병원을 찾아오는 젊은층이 많이 늘었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우울증 갤러리’ 자체를 없애는 등의 조치보다는 그곳에 전문가들을 투입하는 ‘찾아가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임 교수는 “10대들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소통의 가장 좋은 도구기 때문에 그들을 그 밖으로 내보기보다는 ‘우울증 갤러리’ 내에 정신과 전문의 등 전문가들이 들어가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한다”며 “찾아가서 그들을 상담하고 중재하며 직접 도와줘야지, 자꾸 문제가 생기니 폐쇄를 하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만 잘못된 정보가 범람하지 않도록 필터링을 강화하거나 제재를 가하는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의 의식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나 원장은 “청소년들은 또래 집단이 중요해지는 시기로 부모와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 부모가 아이의 문제를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아이에게 변화가 생길 때 그들의 정서적인 면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또 자신의 아이가 병원에 다니는 것을 부모 본인의 체면 때문에 용납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추후 아이의 입시나 취업에 불이익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기 때문에 걱정 말고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