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연금 4300억 미지급' 삼성생명 패소…"상품 설명 불충분"

2018년 소 제기 후 3년 만에 1심 선고
"평균적 고객 이해도 기준에선 이해하기 어려워"
약관법 따라 공시 이율 순수하게 곱한 금액으로 산정해야
  • 등록 2021-07-21 오후 2:43:22

    수정 2021-07-21 오후 3:40:34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삼성생명이 4300억 원대 ‘즉시연금 미지급금 청구 소송’에서 1심 패소했다. 지난 2018년 소 제기 이후 3년 만이다. 재판부는 삼성생명이 연금액 지급시 공제에 대한 설명·명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재판장 이관용)는 A씨 등 57명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 소송의 선고 기일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고 원고들에게 미지급액 총 5억 98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A씨 등은 삼성생명 즉시연금 상품 가입자들이다. 즉시연금은 보험 가입 시 보험료 전액을 일시 납입하고 가입 다음 달부터 매달 연금을 받는 상품이다.

A씨 등은 연금 수령액이 당초 계약보다 적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삼성생명은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따라 사업비 등 일정 금액을 공제하기 때문에 수령액이 줄었다는 입장이다. 반면 A씨 등은 실제 약관에는 사업비 공제 내용이 없었고,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는 약관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적립액 중 일부가 공제가 되고, 나머지를 지급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은 약관이나 어디에도 명시돼 있지 않고 평균적 고객의 이해도를 기준으로 하면 어려운 구조를 이해해야 공제금이 빠지고 나머지가 지급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삼성생명이 약관이나 상품 판매 과정에서 가입자들에게 이를 명시·설명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명확하지 않을 경우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한다’는 약관법 조항에 따라 공시 이율을 순수하게 곱한 금액을 연금액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난 2018년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삼성생명과 동일한 가입자 항의가 제기된 보험사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당시 금감원이 파악한 미지급금은 8000억~1조원으로 가입자만 16만 명에 달한다. 이 중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KB생명 등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면서 소송전이 벌어졌다.

삼성생명은 이들 중에서도 미지급금 규모가 가장 크다. 가입자 5만 5000명, 미지급금 규모는 4300억 원에 달한다. 앞서 판결이 선고된 동양생명과 미래에셋생명, 교보생명은 삼성생명과 비슷한 이유로 모두 1심에서 패소하고 현재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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