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이모(25)씨는 지난해 9월 밤 11시쯤 아내가 쓰레기를 버리지 않은 사실을 알고 화가 치밀었다. 아내와 말싸움을 하던 이씨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주방에 있던 흉기를 집어들고 아내에게 다가가 흔들면서 “너 죽고 나 죽자”고 했다. 이어 더 큰 흉기를 집어든 그는 아내를 밀치면서 “니가 잘 때 살인 충동을 느낀다”고 말하며 협박했다. 특수협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씨는 지난 15일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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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가정폭력 신고는 소폭 감소했지만 폭력의 위험수위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물리적인 힘이 약한 여성 등을 대상으로 흉기 난동은 물론 살인에 이르는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20일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에 따르면 가정폭력 재발 우려가 큰 ‘A등급’ 모니터링 횟수는 2020년 6만5681건으로, 5년 전인 2016년 5만6281건과 비교해 16.7% 증가했다. A등급은 △최근 3년간 가정폭력 입건 전력 3회 이상 △최근 3년간 가정폭력으로 구속된 전력 1회 이상 △최근 1년간 신고 출동 이력 3회 이상 △(긴급) 임시조치 결정·신청된 경우에 해당한다. 장일식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은 “A등급 모니터링이 증가하는 건 가정폭력의 가해 수위가 더욱 높아지고, 그만큼 경찰의 기존 대응시스템으로 완벽한 관리와 지원이 쉽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며 “가정폭력은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신체적·정신적 고통뿐만 아니라 가정의 해체를 유발하는 등 파장이 크다는 점에서 다각적인 피해자 보호·지원과 사후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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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라는 점도 가정폭력을 근절하기 어려운 이유다. 사건 처리의 기준이 피해자의 의사에 달려 있는데, 경제적인 이유나 물리적인 위협 등으로 제대로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지 못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얘기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선진국은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 없이 적극적으로 처벌하는 제도를 택하고 있다”며 “접근금지 명령을 감시 체계로 바꾸고 임시 조치로 한 달간 전자 감시를 실시한 후 보복 가능성이 없으면 해제하는 식으로 운영하면 인권 침해 요소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