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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따르면 세종 ‘자율주행 규제자유특구’ 사업자로 참여한 팬텀AI는 최근 한국 지사 철수를 결정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팬텀AI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력을 갖춘 기업으로, 2016년 8월 테슬라(Tesla) 출신 조형기 박사와 현대차 출신 이찬규 박사가 공동 창업했다.
팬텀AI가 보유한 4단계 자율주행 시스템 기술은 운전자가 사실상 운전에 개입하지 않는 완전 자율주행에 근접한 수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보유한 기업이 몇 없는 최첨단 기술로 평가받는다. 이를 바탕으로 회사는 지난해 4월에는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Ford) 등으로부터 2200만달러(약 27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해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팬텀AI는 지난해 3월 세종시에 한국 지사인 ‘팬텀AI코리아’를 설립하고 규제자유특구 사업 참여를 결정해 모빌리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중기부가 세종시를 자율주행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하고 자율주행 기술개발 및 실증에 필요한 규제를 풀자 한국으로 찾아온 것이다. 당시 중기부와 세종시는 규제자유특구에 세계적인 수준의 자율주행 기업을 유치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팬텀AI는 규제자유특구 사업자로 참여해 국산 자율주행 셔틀을 세종시 주거단지에서 실증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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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술보호법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대상 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는 법이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 12개 분야 71개 기술이 여기에 해당한다. 자율주행 차량에 들어가는 카메라와 레이더, 라이다(Lidar), 위치탐지 시스템 등 상당수 기술 또한 국가핵심기술로 분류된다. 국가핵심기술을 수출하거나 외국인이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합병하려는 경우엔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팬텀AI 미국 본사가 가진 라이다 등 자율주행 기술을 국내에서 개선할 경우에라도 국가핵심기술로 분류한다는 점이다. 즉, 팬텀AI 한국 지사가 개선한 기술을 정부 허가 없이 미국 본사와 공유하거나 활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만든 법이 오히려 국내로 진출하려는 혁신기업에게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다.
스스로 개발한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어렵게 되자 결국 팬텀AI는 한국서 철수를 결정했다. 팬텀AI코리아 관계자는 “한국서 철수를 결정하고 현재 직원들도 퇴사한 상태”라며 “(한국서) 잘 해보고 싶었는데, 이 법에 대해 정확히 모르고 온 것이 잘못 아니겠느냐”고 허탈함을 드러냈다.
이 같은 규제 문제를 사전에 알지 못한 채 사업 추진에만 급급했던 관계 기관들도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설립해 혁신기술로 인정을 받았더라도, 정작 국내에서는 이런 규제에 걸린다면 누가 다시 돌아오겠느냐”고 꼬집었다.
다만 중기부는 팬텀AI가 규제자유특구 사업에서 빠진다고 해도 자율주행 실증사업에는 큰 지장은 없다는 입장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현재 대체 사업자를 통해 자율주행 실증을 이어가고 있다”며 “(팬텀AI 측에) 이 사업이 아니더라도 다른 자율주행 사업에라도 참여할 기회를 주겠다고 했지만, 본사 차원에서 결정한 문제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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