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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대기업의 중고차 사업 진출을 두고 갑론을박이 뜨거운 가운데 중견기업 쏘카는 지레 사업을 접은 반면, 업계 최초로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한 케이카는 자신들은 대기업이 아니라며 현대차의 진입을 반대하고 있다. 또, 겉으로 보기에 대기업인 KB캐피탈의 ‘KB차차차’는 왜 사업이 가능한지 소비자 입장에선 의문이다.
SK가 판 두 기업, 매매업인 케이카만 대기업 분류
중고차 매매업은 지난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보호받아왔다. 그러다 2019년 만료 이후 중고차업체들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 요청한 것을 동반성장위원회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면서 대기업의 시장 진출 길이 열리는 듯했으나, 중소벤처기업부가 최종 판단을 내리지 않으면서 기업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곳은 SK그룹이다. SK는 2014년 온라인 SK엔카닷컴 소유 지분을 호주의 카세일즈홀딩스에 매각했고, 오프라인 SK엔카직영은 2017년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면서 중고차 사업에서 손을 뗐다. 온라인 SK엔카닷컴은 지난해부로 SK 브랜드를 완전히 떼고 ‘엔카닷컴’으로 사명을 변경했으며, 오프라인 SK엔카직영은 2018년 ‘케이카’로 이름이 바뀌었다.
SK의 지분은 하나도 없지만 중기부는 케이카를 중고차 대기업으로 보고 있다. 반면 똑같이 SK에서 파생된 엔카닷컴은 논의 대상조차 아니다.
엔카닷컴은 모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중고차를 직접 판매하지 않고 중개 플랫폼만 운영하기 때문에 논란에서 벗어나 있다. 중기부는 매매업에 대해서만 생계형 적합업종 여부를 판단 중이기 때문이다. KB캐피탈이 운영하는 KB차차차도 같은 맥락에서 사업이 가능하다.
KB캐피탈 관계자는 “겉으로는 다 같은 중고차 업체로 보일 수 있으나 저희는 딜러가 등록한 매물을 소비자에게 연결할 뿐 중고차와 관련해서는 일절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케이카 관계자는 “을지로위원회가 완성차와 중고차업계간 상생협약을 주도했지만 협의 도출에 실패하면서 공은 소관부처인 중기부로 넘어갔다”고 밝혔다.
향후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제한되더라도 기존 사업자들이 사업을 철수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쏘카의 경우에는 규제 완화가 지지부진하자 중고차 판매 서비스인 ‘캐스팅’을 지난 8월12일부로 중단했다. 서비스 개시 8개월 만이다.
캐스팅을 통해 자사의 카셰어링으로 이용하던 자산을 일반 소비자에게 처분하는 방식으로 중고차 판매 서비스를 해온 쏘카는 계속해서 사업을 이어갈 수도 있었지만, 중견기업으로 분류돼 있는 상황에서 중고차 중개 전반으로 사업 확대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하에 서비스 종료를 택했다.
쏘카 관계자는 “중고차 매매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논의가 매듭지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고민을 거듭하다 선택과 집중을 위한 전략적 판단에 따라 어렵게 캐스팅 서비스 중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