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29일 제주항공 참사를 계기로 미국 주요 공항에 설치돼 있는 ‘EMAS(Engineered Materials Arresting System)’ 도입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EMAS는 항공기가 활주로를 과도하게 이탈했을 때 항공기의 속도를 줄여주도록 활주로 끝에 설치되는 보도블록 형태의 특수 구조물이다. 항공기가 EMAS 위를 지나가면 항공기 속도가 급격하게 줄어든다.
| 활주로 이탈해 EMAS 위에 비상 착륙한 항공기(출처: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SF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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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안전청(FAA)는 지난 9월 20일 보고서에서 “EMAS는 활주로 끝에 배치돼 부서지기 쉬운 재료를 사용해 활주로 끝을 벗어나는 항공기를 정지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며 “항공기가 EMAS 구간을 통과할 때 빠르게 감속한다”고 밝혔다.
EMAS 재료는 가볍고 파쇄 가능한 셀룰러 시멘트 소재이거나 재활용 유리로 만든 발포 실리카 소재로 부서지기 쉽다보니 항공기가 그 위를 지나가면서 바퀴가 구조물에 눌러 부서지면서 저항력이 생기고 이를 통해 항공기 속도가 줄어들게 된다.
EMAS는 주로 활주로 끝부분에 설치돼 주변에 바다, 강, 도로 등 위험 요소가 있는 공항에 많이 사용된다.
미국 공항 72곳, 121개 활주로에 EMAS가 설치돼 있다. FAA는 “EMAS를 통해 현재까지 432명의 승무원과 승객을 태운 22대 항공기가 안전하게 정지됐다”고 밝혔다. 2008년 7월 승무원과 승객 145명을 태운 에어버스 A320은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서 활주로를 넘어 오버런했으나 EMAS 덕에 큰 사고를 면했다. 올해 7월 콜로라도주 텔루라이드에 있는 텔루라이드 지역 공항(TEX)에서 호커900XP가 활주로를 넘어섰지만 탑승객 모두가 무사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공항에서 EMAS 설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MAS가 설치된 공항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은 29일 무안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다가 조류 충돌로 인한 엔진 고장 등으로 추정되는 사고로 랜딩기어 없이 동체착륙을 시도했으나 속도를 줄이지 못해 활주로 끝 251미터 지점에 있는 2미터 높이의 콘크리트 구조물(로컬라이저 설치)에 부딪혀 폭발했다. EMAS가 바닥에 설치돼 있었다면 제동이 좀 더 쉽게 이뤄졌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