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에 멈춰선 美송유관..사재기 행렬에 주유소 기름 동났다

휘발유 가격 7년여만에 최고치 기록
주유소에 '기름 동났다'..비상사태 선포 등 조치
콜로니얼 송유관 업체 '주말 재가동' 기대
휘발유 가격 영향 단기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 등록 2021-05-12 오후 4:05:44

    수정 2021-05-12 오후 5:18:36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러시아로 추정되는 해커의 공격에 미국 최대 송유관 업체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5일째 멈췄다. 플로리다에서 버지니아 내 주유소의 석유 제품이 고갈되고 사재기 행렬까지 가세하면서 휘발유 가격 거의 7년만에 최고치를 찍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행정부에선 미국 동부 해안 절반 가량의 연료 공급원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며칠 안에 가동될 것이기 때문에 사재기를 멈춰달라고 요청했으나 잘 통하지 않고 있다.

제니퍼 그랜홀름 미국 에너지 장관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사람들에게 휘발유 등 석유제품을 사재기하지 말 것을 요청하고 있다”며 “곧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연방 철도청은 항구에서 내륙으로 연료를 수송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고 연방에너지 규제위원회는 송유관이 필요한 곳으로 연료를 우선적으로 수송하라고 지시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17개주와 콜롬비아 특별구에 연료를 운송할 때 트럭 운전사가 운전할 수 있는 시간을 연장하도록 명령했다. 또 미국 선박만 허용가능한 규정을 완화, 해외 유조선도 휘발유, 디젤 등을 동부 해안 항구로 운송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콜로니얼은 지난 7일 랜섬웨어 공격을 받은 뒤 현재까지 송유관 가동을 중단했다. 랜섬웨어는 컴퓨터 내부 주요 파일을 암호화해 쓸 수 없도록 접근을 차단한 뒤 이를 풀어주는 대가로 몸값을 요구하는 해킹 수법이다. 콜로니얼측에선 주말 재가동을 위해 정유소에서 추가로 200만배럴을 인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사이 미국 내 주요 곳곳에서 주유소에 휘발유가 동이 나고 있다. 에너지 시장정보 업체인 ‘가스버디(Gasbuddy)’는 애틀랜타 메트로에선 주유소의 30%가 휘발유가 바닥이 났다고 밝혔다. 노스캐롤라니아주 롤리에서도 주유소의 31%가 연료가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무연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평균 2.99달러로 2014년 11월 이후 6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콜로니얼이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지역인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노스캐롤라이나, 메릴랜드, 뉴저지 일부 지역 등에선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조지아주는 15일까지 휘발유 관련 세금 부과를 중단했다. 노스캐롤라이나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일부 시민들은 휘발유 등을 절약하기 위해 주말에 자동차 운전을 포기하기로 했다.

이번 콜로니얼 송유관 중단으로 이달말 현충일 연휴를 앞두고 휘발유 가격이 더 급등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단 콜로니얼 송유관에 의존해 석유제품을 인도하는 업체들이 원유 가공을 줄이고 있다. 포트 아서, 씨티코 페트롤리엄사 등은 루이지애나주 레이크 찰스 공장에서의 가동을 축소했다고 밝혔다.

다만 단기 영향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재난연구소 ENKI의 척 왓슨 분석가는 “시장은 미쳐가겠지만 2주 후에는 아무도 그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연방수사국(FBI)는 ‘다크사이드(DarkSide)’라는 범죄조직이 랜섬웨어 공격을 했다고 비판했다. 다크사이드는 러시아나 동유럽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밝혔으나 주한 러시아 대사관에선 러시아가 공격의 배후에 있다는 추측에 대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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