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알코올 중독증 환자를 침대에 묶어 고정시킨 뒤 사망에 이르게 한 정신병원 담당 의사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 (사진=이미지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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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정신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하던 A(43)씨는 2016년 4월 알코올 중독으로 입원한 환자가 알코올에 계속 취해있자 간호사에게 전화로 결박을 지시했다. 환자는 병원의 알코올 솜을 몰래 훔쳐 알코올을 짜내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차례 경고에도 이같은 행위가 계속되자 간호사는 지시에 따라 환자의 양팔과 양다리를 침대에 묶어 고정했다.
통상 입원 환자들은 혈전이 생길 가능성이 높고, 특히 정신질환 약물 투여자는 장시간 움직이지 못하면 혈액이 굳어 혈류 정체와 과응고 상태가 나타날 위험이 있다. 이는 폐색전증을 유발해 담당 의사는 강박조치를 하더라도 1시간마다 환장 상태를 점검하고, 2시간마다 팔다리를 움직여줘야 한다.
약 11시간 동안 강박 상태였던 환자는 몸부림을 치다가 스스로 탈출했지만 이후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 이상 반응을 보였다. 이후 의료진은 환자에 대해 심장마사지와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시행했지만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당시 강박을 지시한 후 오랜 시간 외출하는 등 자신의 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환자가 폐색전증으로 사망했고, A씨가 담당 간호사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않는 등 업무상 주의의무를 저버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부검을 실시하지 않아 사망원인이 폐색전증인지 단정할 수 없고 증거로 인정할 만한 부분이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최우진 판사는 지난 9일 A씨가 유족의 요청으로 사망진단서를 ‘병사’로 허위 작성한 부분에 대해서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는 무죄 판결했다.
재판부는 “환자의 사망원인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이상 A씨가 담당 간호사에게 강박과 관련해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해도 업무 소홀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업무상과실치사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