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HD현대오일뱅크가 직원들에게 특별 ‘위기 극복 격려금’을 지급한다. 고환율에 정제마진 약세로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이지만 격려금 지급을 통해 직원들 사기를 북돋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 노사가 최근 도출한 2024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잠정합의안에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HD현대오일뱅크는 위기 극복 격려금으로 직원들에게 인당 35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 HD현대오일뱅크 충남 서산 대산공장 전경.(사진=HD현대오일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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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별도로 기본급의 100%를 임단협 타결 격려금으로 함께 지급한다. 임단협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3.6% 인상, 복지포인트 인상, 의료비 지원 한도 상향, 출산 의료비 한도 상향, 어린이집 지원 지역 확대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잠정합의안은 다음 주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쳐 가결 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이번 위기 극복 격려금은 지난해 정유사들의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악화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 2681억원을 기록했다. 정유사 수익 바로미터인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이 배럴당 평균 3.6달러를 기록하며 손익분기점(4~5달러)을 밑돌아 적자를 낸 것이다.
다른 정유사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정제마진 악화로 지난해 3분기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의 정유부문 합산 영업손실은 1조4592억원에 달했다. 정유업계는 4분기에도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4분기 겨울철 난방 수요 증가로 정제마진 반등을 예상했으나 배럴당 평균 7~9달러대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HD현대오일뱅크의 이번 격려금은 성과급과는 다른 개념이다. 지난해 연간 실적에 해당하는 성과급은 올해 초 별도로 논의될 예정이며 실적 악화에 따라 지급 규모는 예년 대비 줄어들 전망이다. 앞서 HD현대오일뱅크는 2023년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664%(연봉의 30%)를 지급한 바 있다. 역대급 실적을 냈던 2022년에는 성과급이 기본급의 1000%에 달하기도 했다. 올해는 다른 정유사들도 지난해 성과급 규모가 대폭 줄어들 것을 고려해 특별 격려금 등 다른 직원 독려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경기 침체로 석유화학, 배터리, 철강 등의 산업군에서 동결 수준의 임금 인상에 성과급 0% 소식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업종 간에 희비가 엇갈리는 분위기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장치산업 특성상 적은 인력으로 큰 이익을 내기 때문에 높은 성과급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정유사 선호도가 높은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