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R의 진화..집에서 즐기는 레스토랑·맛집 'RMR'도 쑥쑥

<2022 소비트렌드 - (중)일상이 된 간편식>
  • 등록 2022-01-13 오후 4:25:00

    수정 2022-01-13 오후 9:40:41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먹거리 소비 행태 변화로 가정 간편식(HMR) 시장에 ‘큰 장(場)’이 서면서 관련 상품도 소비자 입맛을 반영해 다양해지고 있다. 고급 레스토랑과 지역 인기 맛집 메뉴를 집에서 간편히 조리해 즐기는 ‘레스토랑 간편식(RMR)’이 대표적이다.

▲CJ푸드빌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 빕스(VIPS)가 판매하는 RMR 제품들. (사진=CJ푸드빌)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간편식 시장이 최근 4조원대 규모로 급증하면서 영역이 세분·전문화되고 있다.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이 최근 전문가 설문조사를 통해 선정한 ‘올해 떠오를 외식 트렌드’ 22개 키워드 중 ‘퍼플오션 다이닝’ 대표 사례로 RMR이 꼽혔다. 퍼플오션이란 레드오션(경쟁시장)과 블루오션(미개척시장)을 혼합한 개념으로 RMR이 기존 HMR과 경쟁하며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를 것이란 설명이다.

RMR은 밀키트(meal-kit)의 성장과 관련이 깊다. 단순 즉석 가공식품이 아닌, 매장에서 셰프(요리사)가 요리해 제공하는 수준의 제품을 위해 기술력과 노하우를 투입해 간편화 한 밀키트 형태로 제조·포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밀키트 산업 발달에 따른 RMR 시장 성장도 관련 업체 실적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커머스 중 RMR 제품을 가장 많이 취급하고 있는 마켓컬리에 따르면 2017년부터 현재까지 연평균 약 215% 매출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20년 RMR 제품 매출은 3년 전 대비 46배 급증했다.

▲현대그린푸드가 ‘모두의 맛집’ 프로젝트로 지역 인기 맛집 10곳과 협업 출시한 레스토랑 간편식(RMR) 제품 ‘곱창 치즈 파스타’(왼쪽)와 ‘숯불 대창 파스타’. (사진=현대그린푸드)
RMR 시장과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업계 역시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CJ그룹이 대표적이다. 외식전문 계열사 CJ푸드빌은 지난 2017년부터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 ‘빕스(VIPS)’를 중심으로 본격 RMR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에만 30개가 넘는 신메뉴를 출시하면서 현재 외식기업 중 최다 수준인 50여종의 RMR 상품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CJ푸드빌은 지난해 대내외 전문가를 영입해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생산량과 유통 채널을 확대하면서 관련 매출이 전년 대비 3배(200%) 이상 늘었다. 올해는 빕스 외에도 ‘더플레이스’와 ‘계절밥상’ 등 보유 외식 브랜드를 총동원하는 한편 밀키트 전문 제조사 ‘프레시지’와의 협약을 바탕으로 RMR 상품 포트폴리오를 100여개까지 확대하고 매출을 4배(300%) 이상 끌어올리며 시장을 선점해 나겠다는 방침이다.

신세계그룹 신세계푸드, 현대백화점그룹 현대그린푸드, LF푸드 등 주요 식품 대기업들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HMR 브랜드 ‘올반’에서 경양식 전문 식당 ‘구슬함박’과 협업한 RMR 제품 ‘구슬함박 스테이크’ 2종을 최근 선보였다. 현대그린푸드는 크라우드 펀딩 와디즈와 손잡고 10개 맛집을 선정해 RMR로 만드는 프로젝트 ‘모두의 맛집’을 진행 중이다.

LF푸드도 자사 일본식 라멘&돈부리 전문점 브랜드 ‘하코야’를 통해 다양한 RMR 제품들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다. 또 수제버거 전문점으로 시작한 ‘크라제’를 서양식 전문 간편식 브랜드로 키울 계획이다. 밀키트 전문 주요 업체 ‘프레시지’와 ‘마이셰프’ 역시 지역 맛집 및 식품 기업들과 협업을 확대하며 RMR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레스토랑 브랜드들이 최근 외식 감소에 따른 활로 모색으로 배달 서비스를 도입한 데 이어 아예 가정에서 보관·조리할 수 있는 밀키트 등 간편식 사업에 나서고 있다”며 “RMR은 간편 조리의 편리함을 넘어 다양한 맛집의 맛과 분위기를 재현한다는 점에서 HMR의 진화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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