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서울지방국세청 기관 정기감사` 보고서에서 “불특정 다수 간 경쟁거래라고 보기 어려운 상장주식 장내 거래에 대한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통보했다고 31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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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은 2018년 LG그룹 사주일가가 2007년부터 10년에 걸쳐 LG(003550)와 LG상사(001120) 주식 수식 수천억원 어치를 장내에서 거래하는 방식으로 특수관계인 간 지분거래에 부과되는 양도소득세를 회피해왔다고 판단했다.
특수관계인 간 지분거래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고려해 세금을 계산할 대 시가 대비 20% 할증된 가격으로 주식 가치가 책정돼 양도소득세를 더 많이 내야 한다.
감사원은 양도소득세와 별개로 국세청이 증여세를 부과하지 못한 것을 문제 삼았다.
상증세법 제35조 제1항은 특수관계인 간 재산을 시가보다 저가 양수, 고가 양도하여 발생한 증여이익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증권시장에서 거래된 상장주식의 경우,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이는 증권시장에서의 거래는 불특정 다수들의 공정한 경쟁매매를 거쳐 가액이 결정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사원은 특수관계인이 사전에 매매가격, 수량 등을 결정한 후 장내에서 동시에 매도·매수 주문을 하는 LG그룹 사주일가의 거래방식은 공정한 거래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증여세 743억원을 부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재부는 LG그룹 사주일가의 매매방식이 증여세를 회피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시세조정 없이 장내에서 이뤄진 매매를 장외매매, 시간 외 매매와 동일하게 취급할 것인지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LG그룹 사주일가의 동시 매매를 통한 양도소득세 회피 혐의는 현재 법정다툼을 진행 중이다. 고(故) 구본무 LG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 LG 대주주 14명은 1심에 이어 항소심(서울고등법원 형사 5부·부장판사 윤강열)에서도 증거부족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또 사주일가 주식거래를 주도한 혐의를 받았던 전·현직 LG재무관리 팀장 2명에게도 무죄가 선고했다.
LG그룹 사주일가는 국세청이 부과한 양도소득세 부과처분에 대해서도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에 앞서 조세심판원은 양도소득세 부과는 정당하다며 청구인의 소송을 기각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법정다툼이 진행되고 있는 현 상황과 관련해, “이번 감사원 보고서는 공정하지 못한 장내 거래에 대한 증여세 부과의 제도적 사각지대를 지적한 것으로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