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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나 미터(사진) 영국 옥스퍼드대 역사학 교수 겸 중국센터 소장은 22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 전화인터뷰에서 미·중 양국이 무역·기술은 물론 군사·외교 등 전방위적으로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곧 반도체가 패권경쟁의 한복판에 설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반도체는 전 세계적으로 사물인터넷(IoT)을 포함해 거대한 기술을 여는 핵심 요인”이라며 “반도체 산업을 지배하는 국가는 경제 발전을 위한 관문을 통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측면에서도 영향력을 더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반도체 패권은 향후 기술·경제를 넘어 정치·외교의 주도권까지 쥘 수 있는 만큼 양국은 그 어떤 사안보다 더 강하게 대립할 것이라는 게 미터 교수의 관측인 셈이다.
美 재제에도…“中기술 만만찮을 것”
다만, 미터 교수는 반도체 패권경쟁에서의 진정한 승자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미국·중국은 물론, 유럽연합(EU), 아시아 각국 모두 반도체 생산을 자체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분투함에 따라 반도체 생산 능력 역시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기조가 EU 등 각국이 반도체 자체 생산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게 만든 가장 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EU의 반도체 생산자립 움직임에 대해 “비록 EU 지도자들은 조 바이든 행정부를 (트럼프 행정부에 비해) 더 신임하고 있다고 해도, 2025년 미국의 정권교체가 현실화하면 더 고립적인 대통령을 상대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 보유한 韓…“혁신 이뤄낸 국가”
그는 삼성전자의 한국과 TSMC의 대만이 미국과 EU의 반도체 기업을 압도하고 있는 현실을 언급한 뒤 “혁신을 이뤄낸 국가들”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미터 교수는 한국·대만은 동맹인 미국과 더 협력할 것이라며 “따라서 EU로서는 향후 수년간 유럽 내 반도체 생산 능력을 더 높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라나 미터 교수는…△영국 란싱대학 학사 △케임브리지 킹스대학 석·박사 △2013년 저서 ‘포가튼 알리’(Forgotten Alli)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이코노미스트 선정 올해의 책 선정 △2014년 웨스트민스터 군사문학훈장 △딕슨 푼 중국센터 도이치뱅크 이사 △세인트 크로스 대학 부교장 △영국 학술원 펠로우십(FBA) △영국 옥스퍼드대 중국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