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美 뉴욕 부동산 디폴트…수천억 날린 국내 기관들 ‘날벼락’

새마을금고 등 6개 기관 약 3000억 손실 처리
국내 기관들, 美 부동산 후순위 대출 보유 다수
‘실사 부족’ 비우량 물건 적지 않아…추가 부실 우려↑
  • 등록 2022-06-14 오후 4:11:30

    수정 2022-06-14 오후 8:52:42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미국 뉴욕의 한 오피스빌딩이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면서 수천억 대출을 내줬던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날리게 됐다. 대체투자 강화 분위기 속에 비우량 해외부동산에 투자했던 사례가 적지 않아 추가 부실 사례가 잇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중앙회를 비롯한 국내 6개 기관은 최근 뉴욕 맨해튼 소재 오피스 빌딩에 제공했던 약 3000억 규모 후순위 대출금을 손실 처리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임대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현지 관리단 측이 채무불이행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맨해튼 등 미국 중심지들의 임대업 업황이 차츰 회복되고 있음에도 누적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 전경.(사진=이미지투데이)
6개 기관 투자자들은 사전에 대출 주관사를 통해 미국 투자은행 측 기한이익상실(EOD) 확정 통보를 받고 해소 여지를 기다렸으나, 뚜렷한 회복 대안이 없어 손실 반영한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선순위 대출의 경우 최우선순위 담보 설정을 진행하고 투자에 들어가기에 매매가 진행되더라도 원금 손실이 크지 않다. 그러나 선순위 이후에 들어가는 후순위 대출·에쿼티(지분투자)부터는 선순위에서 자금을 회수한 이후 남은 자금으로 상환하거나 투자금을 되돌려주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전액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투자한 기관 내부에서는 ‘묻지마 투자’가 손실을 불렀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맨해튼 중심부에 위치해 있고 타임스퀘어 등 유명 건물 인근이라는 입지만 보고 비우량 상업용 부동산에 위험이 높은 후순위 대출을 진행했다는 것. 해당 기관들은 본건 외에도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 상품에 후순위로 참여한 투자 건이 적지 않아 대출 부실화 건이 추가 발생할 수 있다는 내부 우려도 높은 상황이다.

한 기관투자자 내부 고위 관계자는 “본 투자 건에는 새마을금고 측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다른 기관도 평균 수백억대 손실을 반영했다”며 “현지 건물 매각도 매입가 대비 낮은 가격에 진행돼 에쿼티 들어간 곳들은 전액 손실을 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근 수년 사이 대출 주관사에서 우량 건물이 아닌 것을 포장해서 국내 기관투자자들에게 판매(셀다운)한 사례가 많아 다른 공제회나 연기금 쪽에서도 손실 헤지에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국내 기관 투자자들의 해외부동산 투자 손실 사례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2019년 전후 주식·채권 등의 전통 자산의 저조한 투자운용 수익률에 고민하던 기관 투자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대체투자 쪽으로 눈을 돌렸다. 대체투자 강화 기조에 특히 상업용 부동산 투자 수요가 높았지만, 해외 투자의 경우 증권사 등 국내 주관사들이 끌어올 수 있는 우량 물건은 한정적이었다. 임대 수요가 높은 고급 부동산이더라도 후순위 이하로 투자한 사례가 많고, 현지 실사가 부족했던 비우량 물건도 적지 않았다. 현재 주요 공제회·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대체투자 포트폴리오에 리스크 요인이 많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도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 물건을 가져올 때 깐깐하게 따지고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는 쉽지는 않은 여건”이라며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도 옥석을 가려 시장 여건과 입지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중구나 강남 노른자 땅에 들어선 건물이라고 해도 공실이 넘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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