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총 4명의 피의자 신상이 공개됐다. ‘노원 세 모녀 살해 사건’의 김태현(25)과 ‘인천 노래 주점 살해 사건’의 허민우(34) 등 살인 혐의를 받는 흉악범을 비롯해 ‘제2의 n번방’ 사건으로 불리며 남성 1300명의 ‘몸캠’ 영상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김영준(29)과 미성년자를 성추행하고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최찬욱(26)이 장본인이다.
경찰이 피의자 신상공개를 결정하게 되는 주된 요인은 △범죄가 잔인할 경우 △중대한 피해가 있을 경우 △증거가 충분할 경우 △재범의 위험성이 클 경우 △국민의 알권리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등이 있다.
피의자의 성명과 나이, 얼굴을 공개하기로 하는 신상공개는 신상공개심의위원회가 맡는다. 외부위원을 포함해 총 7명의 위원으로 구성하는데 총경급 이상 경찰관 3명과 교육자, 변호사, 언론인, 심리학자, 의사, 여성 범죄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외부위원 중 4명으로 구성한다.
지난 4월 9일 서울 도봉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포토라인에 선 김태현은 고개를 숙이지 않고 취재진을 하나하나 정면으로 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스크를 벗어달라는 취재진 요청에 잠시 스스로 마스크를 내려 얼굴을 공개했다. 양팔을 잡고 있는 경찰에게 “잠시 팔을 놓아 달라”고 요청한 뒤 무릎을 꿇으며 사죄하기도 했다. 지난 24일 대전 둔산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취재진에게 얼굴을 드러낸 최찬욱은 “더 심해지기 전 어른들이 구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등 범행 동기를 밝히던 도중 스스로 마스크를 잠시 벗기도 했다.
|
강력사건이 빈발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졌는데 신상공개로 범죄예방 효과와 함께 사회에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범죄자의 신상공개로 사회적인 명예에 망신을 주게 되고, ‘이런 범죄는 처벌을 받을 수 있구나’ 하는 메시지를 던져 줘서 범죄자들을 위축시키는 심리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신상공개는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친 범죄자를 알리는 측면에서 행하는 제도”라며 “잠재적인 범죄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심리적인 억제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신상공개는 변화된 사회 인식도 반영하고 있다. 살인 등 강력범죄 위주에서 최근 들어 디지털 성범죄까지 신상공개가 이뤄지고 있어서다. 곽 교수는 “예전에는 살인 등 강력범죄 위주의 심각한 범죄자만 신상공개를 했고, 디지털 성범죄로 신상공개까지 하지는 않았다”며 “그만큼 우리 사회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사회적 거부감과 반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으로 이런 사회적 인식을 경찰에서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익명성 뒤에 숨은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의 신상공개는 더욱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서 대표는 “촬영을 이용한 디지털 성폭력은 피해자 신상은 모두 다 알려지고 피해 회복도 어렵다는 속성이 있지만, 가해자는 누군지 드러나지 않는 속성을 갖고 있다”며 “그러므로 더욱더 온라인에서 익명성에 기대 가해행위를 할 수 있는데 신상공개가 되면 다시는 익명성에 기댈 수 없다는 걸 알려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