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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를 설립한 세계 2위의 부호 빌 게이츠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다시 한 번 ‘부자 증세’를 촉구했다.
2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게이츠는 지난달 31일 ‘새해 전날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What I‘m thinking about this New Year’s Eve)’이라는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가장 부유한 미국인과 가장 가난한 미국인 간 부의 격차가 50년 전보다 훨씬 커졌다. 나를 포함해 극히 일부는 자신이 한 일보다 더 많은 보상을 받았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돈이 많으면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게이츠의 재산은 재난해 말 기준 1131억달러로, 아마존을 설립한 제프 베이조스 최고경영자(CEO) 1149억달러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게이츠의 재산은 10년 전과 비교해 2배 가량 불어난 것으로 주가 상승 등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가 한 일에 비해 보상이 과도하다고 주장한 이유기도 하다.
게이츠는 “세금이란 건 온전하게 세상을 더 건강하고 공평하게 만들기 위해 사용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시간이 흐르면서 세상이 변할 때마다 세제도 함께 바꿔 왔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이를 실행해야 한다. 부자들은 지금 내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나와 아내 멜린다 (게이츠)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게이츠는 또 임금보다는 자금에 더 많은 세금을 물리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임금에 최대 35% 세율을 적용해 전체 세입의 75%를 충당하고 있다. 반면 투자 자본에 대해서는 1년 이상 보유할 경우 20%밖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이는 부자들이 더 많은 부를 창출할 수 있도록 만든다”고 밝혔다. 이어 “세제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명백한 증거”라며 “나는 자본이 노동보다 더 값지다는 어떠한 이유도 찾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게이츠는 그동안 “주식 등을 매각해 버는 돈에 매기는 세율을 2배로 올려야 한다”며 꾸준히 부자 증세를 촉구해 왔다. 지난해 2월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미국의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면 부유층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메디케어 세금의 경우 소득 상한을 없애고, 펀드매니저와 같은 사람들이 벌어들인 소득에 더 적은 세금을 내고 있는 허점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이츠는 자신과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기부를 예로 들며 “부자들은 원한다면 더 많은 돈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법이 요구하는 것보다 더 내는 것만으로는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정부가 필요할 만큼의 충분한 돈을 모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자선단체 기부가 아닌 법에 따라 한 시민으로서 의무적으로 세금을 내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게이츠는 세율을 높일 경우 기업가들의 보상이 줄어들고 기업가 정신 또는 혁신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거듭 우려하면서도, 현재의 세제 하에서는 (세율을 높이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혁신 기업가들에 대한 보상 체계를 파괴해선 안되겠지만, 아직은 한참 먼 얘기라는 주장이다.
게이츠는 1994년부터 빌앤멜린다게이츠 재단에 MS 주식과 현금을 기부해 왔으며,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총 500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게이츠는 지난 2010년 당시 560억달러 재산 중 99%를 기부하고 세 자녀들과 아내에겐 1000만달러씩만 남기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