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 '퇴직연금 운용에 ESG 반영 안돼'…바이든은 첫 거부권 예고

공화당 "민주당, 이데올로기 강요…퇴직연금 위험"
백악관·민주당 "민간 투자결정 제한 시도" 반발
  • 등록 2023-03-02 오후 3:14:20

    수정 2023-03-02 오후 7:29:44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미국 의회가 퇴직연금 운용사가 투자처를 정할 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한 행정규칙을 무력화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미국 워싱턴 D.C. 의사당.(사진=로이터)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상원은 1일(현지시간) 연기금 등 퇴직연금 운용사가 투자설계시 기후변화나 등 ESG 요소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노동부 규칙을 백지화하기로 의결했다. 전날 하원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미국에선 양원에서 과반 의결을 거쳐 정부 행정규칙을 무력화할 수 있다.

공화당이 과반인 하원과 달리 상원에선 민주당이 다수당(친민주당 무소속 포함)이지만 의결을 막지 못했다. 민주당 내 보수파로 꼽히는 존 테스터 의원과 조 맨친 의원이 반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찬성이 50표, 반대가 46표였다.

지난해 바이든 행정부는 연금 수급자의 경제적 이익이 극대화한다는 전제하에 미 근로자의 퇴직연금으로 투자에 ESG 요소를 고려할 수 있도록 행정규칙을 개정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운용시 재무적 요소만 검토토록 한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하지만 공화당은 퇴직연금의 재무 건전성을 악화할 수 있다며 새 행정규칙에 반발해 왔다. 예를 들어 친(親)화석연료 성향의 에너지 기업들은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뒀는데, ESG 요소를 고려해 연기금 투자 대상에서 제외되면 수익 창출 기회가 사라진다.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친화석연료 정책을 지지해 왔다. 바이든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 상황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전날 상원 회의에서 “미국인 수백만명이 평생 저축한 돈을 금융시장에 투자하는데, 최근 금리 상승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미 미국인의 퇴직연금이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이를 훨씬 더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데올로기를 좇으면 수익성이 나빠진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내부에선 최근 반(反) ESG 담론이 퍼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주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ESG를 “극좌적 쓰레기”라고 말한 동영상을 올렸다. 또 다른 대권 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이번주 발간한 회고록에서 ESG를 “상장사와 자산운용사를 통해 지배계급 이데올로기를 사회에 강요하려는 시도”라고 꼬집었다.

백악관과 민주당은 미 노동자들과 퇴직연금을 보호하기 위한 규칙이라며 공화당이 민간기업의 투자결정을 제한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결의안이 백악관으로 넘어오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실제로 행사하게 되면 2021년 취임 후 첫 거부권 행사가 된다.

거부권이 행사되면 한동안 재의결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재의결하려면 상·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공화당은 상원에서 소수당일뿐더러 하원의석도 과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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