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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로 정신병동에 병상이 부족해지면서 정신질환자들의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긴급하게 당장 입원이 필요한 응급 환자도 코로나19 검사를 위한 격리병실부터 거쳐야 해 환자 가족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각 정신병동은 병실 부족을 겪고 있다. 23일 이데일리 취재진이 서울 주요 지역 병원의 정신병동을 돌아본 결과 대부분 병원은 정신질환자를 위한 입원 병동이 부족했다.
이유는 제각각이다. 상급병원은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격리 병상을 요구해 경미한 신경 정신 증세의 환자가 입원하는 일반 병동을 코로나19 병동으로 바꿨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병원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폐쇄병동마저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내달라고 해 의사들 사이에서 집단 반발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이에 따른 ‘병목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의 한 정신병원은 일반 입원 병실은 남아 있지만, 격리병실은 5곳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병원 관계자는 “환자가 동시다발적으로 들어와 격리병실이 다 차면 급한 환자가 와도 입원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기 용인시의 한 정신병원 관계자도 “격리실 2곳 모두 차 있어 현재는 격리병실에 자리가 날 때까지 환자를 더 받을 수 없다”며 “응급입원도 PCR 음성판정 결과를 받아야 입원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
병동 부족으로 관리 안 돼…전문가 “대책 마련 시급”
병실 부족으로 인한 자·타해 위험성이 큰 정신질환자의 응급입원 거부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경찰청이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엔 응급입원을 요청한 7591건 중 214건(2.8%)만 거부됐지만 2020년엔 거부율이 7.0%, 지난해엔 6월 기준으로 7.9%까지 늘었다.
문제는 병동 부족 사태 속에 정신질환자 관련 범죄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4월에는 조현병 증세를 보이던 30대 B씨가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해당 남성은 2019년까지 정신병원에서 입원 등 치료를 받다가 2020년부터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 2020년 10월에는 경기 고양에서 조현병에 시달리던 30대 C씨가 어머니에게 둔기를 휘둘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C씨는 정신질환 약만 처방받고 귀가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정신과를 찾는 환자가 늘어났지만 의료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한다. 신의진 연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소아정신과 쪽에서도 환자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며 “병동이 줄면서 급성기 환자들이 진료가 안 되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정신과 환자들의 입원이 코로나 시기에 굉장히 어려워진 게 사실”이라며 “정신질환자들은 재택치료가 불가능해 공공병상을 별도로 지정하는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