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압박에 시진핑, 아세안에 구애 “패권주의 단호히 반대”

시진핑, 아세안 대화 30주년 기념 회담서 밝혀
경제 지원금 및 1500억달러 농산물 수입도 약속
美, 대중 압박 심화에 ‘앞마당’ 아세안 포섭 목표
남중국해 문제 걸림돌…필리핀·말레이시아 반발도
  • 등록 2021-11-22 오후 3:21:00

    수정 2021-11-22 오후 3:21:00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의 화상 회의에서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미국이 주요 동맹국과 손잡고 대중(對中) 압박을 강화하자 자국의 앞마당이라고 할 수 있는 동남아 국가들을 포섭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AFP)


당근 꺼내든 中 “패권 추구 안 해…대규모 지원 약속”

22일 로이터통신은 시 주석이 이날 중국과 아세안 간 대화 30주년을 기념해 화상으로 정상회의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동남아 국가들과 각을 세우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작은 이웃 국가들을 괴롭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아세안의 좋은 이웃, 좋은 친구, 파트너였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 “중국은 규모를 이용해 작은 국가에 무리한 요구를 강요하지 않을 것이며, 아세안과 협력해 (미국 등의) 간섭을 제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시 주석은 베트남 전쟁을 예로 들어 중국과 아세안이 초강대국 간 경쟁과 갈등으로 황폐해진 냉전 시대의 어둠을 벗어 던지고 함께 지역 안정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중국의 군사적, 경제적 영향력 확대에 대항하기 위해 지역 동맹국과 협력할 때 ‘냉전적 사고’를 사용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시 주석은 아세안을 위한 대규모 지원책도 꺼냈다. 중국 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백신 기술을 이전하고, 아세안 국가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에서 극복할 수 있도록 3년 동안 15억달러(약 1조7800억원)를 제공할 것이라 설명했다. 또, 향후 5년 동안 아세안으로부터 1500억달러(약 178조원) 규모의 농산물을 수입할 것이라고도 약속했다.

남중국해 해상에서 중국 해안경비정과 필리핀 물자 보급선이 근접해 있다.(사진=AFP)


美 전방위 압박에 아세안 구애…남중국해 문제 걸림돌

중국이 아세안 달래기에 나선 까닭은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선 까닭이다. 미국은 영국과 더불어 호주와 3자 안보체계인 ‘오커스’를 설립하고 호주에 핵잠수함 건조 방법을 전수하기로 합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초 미국, 일본, 인도, 호주로 구성된 4자 안보체계 ‘쿼드’의 대면 정삼회담을 위해 일본 방문도 계획 중이다.

여기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 태평양을 유지하기 위해 양측의 파트너십은 필수적”이라며 양측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 중국 입장에선 인접국인 아세안마저 미국 측의 손을 들어주면 중국은 사면초가에 빠지게 된다.

다만, 회담의 분기가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지만은 않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중국은 베트남, 필리핀 등과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오래 대립을 지속해온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근 필리핀은 자국 군용 물자 공급선이 남중국에서 중국 함선 3척으로부터 물대포 공격을 받은 것을 두고 강력하게 항의한 바 있다.

실제로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남중국해 문제 두고 “해당 문제로 다투기 싫다”라면서 “법에 따라 행동하는 것만이 남중국해 분쟁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말레이시아 총리 또한 시 주석에게 “남중국해와 관련된 문제는 UN해양법협약을 포함한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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