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뮤지컬 ‘드라큘라’는 저에게 뮤지컬배우라는 험난한 길을 조금 더 빨리 걷게 해준 ‘지름길’과 같은 작품입니다.”
뮤지컬배우 김준수는 14일 화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최근 출연 중인 뮤지컬 ‘드라큘라’가 자신에게 갖는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뮤지컬 데뷔작인 ‘모차르트!’가 제 인생의 변곡점과 같은 작품이라면, ‘드라큘라’는 제가 뮤지컬배우로 불리는 것을 부끄럽지 않게 해준 작품”이라며 애정을 나타냈다.
| 지난달 20일부터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드라큘라’에서 주인공 드라큘라 역을 맡은 뮤지컬배우 김준수(사진=씨제스) |
|
‘드라큘라’는 브램 스토커의 소설을 원작으로 2004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뮤지컬이다. 국내선 오디컴퍼니 제작으로 2014년 초연해 2016년, 2020년 무대에 올랐다. 이번이 네 번째 시즌으로 지난달 20일부터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 중이다.
김준수의 팬들은 ‘드라큘라’ 초연부터 네 번의 시즌 모두 출연한 김준수를 ‘드라큘라 장인’으로 부른다. 김준수는 “‘드라큘라 장인’이라는 수식어는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감사하다”며 “그래서 더더욱 매력 있는 드라큘라를 보여주기 위해 매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작품은 4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여인만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의 이야기를 그린다. 소설, 영화 등으로 제작돼 잘 알려진 스토리지만, 김준수는 뮤지컬만의 매력을 작품 속 러브 스토리에서 찾았다. 그는 “뮤지컬의 드라큘라는 흡혈을 즐기고 사람을 해치는 이미지가 아니다”라며 “일반적이지 않지만 특별한 로맨스, 서툴지만 짐승적인 사랑이 뮤지컬 ‘드라큘라’의 매력이다”라고 말했다.
‘드라큘라’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김준수의 빨간 머리다. 김준수는 초연부터 빨갛게 염색한 머리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드라큘라’를 자신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만들었다. 김준수는 “염색을 하면 베개에도 물이 들어 수건을 깔고 자야 할 정도로 곤혹스럽다”며 “빨간 머리를 유지하는 게 쉽진 않지만, 관객에게 초심을 잃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이번에도 염색을 했다”고 비화를 공개했다.
| 뮤지컬 ‘드라큘라’에서 드라큘라 역을 맡은 뮤지컬배우 김준수가 넘버 ‘많은 날들을’(The Longer I Live)을 부르고 있다(사진=오디컴퍼니). |
|
이번 공연에선 배우 신성록, 전동석이 김준수와 함께 드라큘라 역을 맡았다. 김준수는 두 배우와 차별되는 자신만의 드라큘라의 매력을 “사이코적인 기질”에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드라큘라의 시니컬하고 오싹하면서도 섬뜩한 면을 더 강조하기 위해 그런 장면들의 표현을 더 신경쓰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판타지적이고 시니컬하면서도 인간적이고 위트 있는 모습까지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드라큘라’는 내게 의미가 큰 작품이다”라고 덧붙였다.
‘드라큘라’는 개막 직전 출연 배우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연습이 중단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김준수도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무대에 대한 소중함을 크게 느끼고 있는데, 이번에도 연습 전 이런 일을 겪어 가슴을 쓸어내렸다”며 “시국이 시국인 만큼 오늘이 마지막 공연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큘라’는 오는 8월 1일까지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