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값 오르나…낙농가·유업계, 원유 값 줄다리기

낙농업계, 생산비용 상승에 가격인상 불가피 주장
유업계, 저출산에 코로나19로 수요 줄어 가격 인상시 더 위축될 우려
오는 25일 마지막 협상 앞두고 합의점 찾기 난항
  • 등록 2020-06-23 오후 2:31:25

    수정 2020-06-23 오후 2:31:25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낙농업계와 우유업계가 우유의 원료인 원유(原乳)을 두고 대립 중이다. 낙농가는 생산비 상승을 이유로 원유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유업계는 우유 판매 부진을 앞세워 원유가의 동결 혹은 인하로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낙농업계와 유업계가 원유 가격 인상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3일 업계에 따르면 낙농진흥회는 지난달 29일 제1차 원유기본가격조정 협상위원회 개최를 시작으로 오는 25일 마지막 5차 회의를 열 예정이다. 원유 기본가격조정협상위원회는 낙농가와 유가공 업계가 원유 가격 인상 폭을 협의하는 협의체다. 생산자 대표와 낙농 관련 조합장 대표, 유업체 대표 등으로 구성된다. 이 위원회에서 결정된 최종안이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통과하면 8월 1일 생산분부터 조정된 가격이 반영되는 방식이다.

올해 협상은 2년 만에 열렸다. 이는 2013년 도입한 원유 기본가격 연동제에 따른 것이다. 연동제에 따르면 원유 기본가격은 매년 5월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우유 생산비의 10% 내외에서 정한다. 다만 우유 생산비 증감률이 ±4% 이상일 경우에만 협상을 통해 조정한다. 증감률이 ±4% 미만이면 2년마다 협상이 이뤄진다. 2018년 우유 생산비가 775원으로 2017년(767원) 대비 1.1% 증가해 지난해에는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지 않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유 1ℓ당 생산비는 790.06원으로 전년대비 2% 증가했다. 이에 지난해 협상을 진행하지 않았다. 올해는 무조건 협상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원유기본가격 조정 협상위원회는 2018년과 2019년 증가한 생산비를 누적한 금액인 ℓ당 23.87원에 ±10%를 적용한 금액인 21~26원을 인상 범위로 정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

2년 만에 마련된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한 양측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낙농업계는 원유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무허가 가축사 적법화 등 정부의 환경규제에 맞춰 투자비용이 늘었고, 사료값 상승으로 경영부담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낙농가의 경영비는 전년대비 2% 상승했다. 사료값 상승 등의 영향이다. 이에 따라 낙농가의 젖소 1마리당 순수익은 전년대비 1.3% 감소했다.

유업계는 가격 동결 또는 인하를 주장한다. 코로나19로 우유 소비가 줄어든 상황에서 원유 가격 인상은 우유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유제품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지난 2018년 원유 가격이 ℓ당 4원 오르자 서울우유와 남양유업은 각각 3.6%, 4.5%씩 제품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특히 올해는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학교 급식 우유 공급 중단됐다. 이 기간 600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관련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유의 가격 인상이 계속되면 우유뿐만 아니라 치즈, 빵, 과자 등 관련 제품의 가격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저출산으로 우유 산업 자체의 위기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원유가격 인상은 더 힘든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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