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조기 퇴진’을 거부하고 탄핵에 임하겠다고 밝히면서 정국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이번 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2차 탄핵안’은 12·3 비상 계엄 사태에 대한 ‘책임론’으로 가결에 무게가 실리던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담화 이후 탄핵 프레임이 ‘부정선거’로 옮겨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탄핵 가결의 키를 쥔 국민의힘 내에서는 탄핵 공개 찬성을 밝힌 의원이 6명에 달해 ‘탄핵 통과’ 전망이 많았지만, 표결 직전까지 탄핵 정당성을 놓고 심경에 변화가 있을 의원들도 점쳐진다. 앞으로의 탄핵 정국에서도 당분간 ‘비상 계엄 선포’ 정당성 시비가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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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해서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이미 말씀드린 바 있다”며 “국정 마비의 망국적 비상 상황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대통령의 법적 권한으로 행사한 비상계엄 조치였다”고 말했다.
이는 여권에서 거론된 특정 시점의 자진 사퇴를 통한 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론’을 거부한 것으로서 비상계엄을 선포한 필요성과 고유의 통치행위라는 점을 들어 탄핵 심판과 수사에 법률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대통령에 ‘질서있는 퇴진’을 요구했던 여당은 예상치 못한 대통령의 담화에 충격에 휩싸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회 직후 윤 대통령의 제명·출당을 위한 당 윤리위원회 소집을 긴급 지시했다. 한 대표는 “이런 담화가 나올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태”라며 “윤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이 더욱더 명확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더 이상 혼란 막아야 한다”며 “다음 표결 때 우리 당 의원들이 회의장(국회 본회의장)에 출석해 소신과 양심에 따라 표결에 참여해야 한다”고 의원들에게 탄핵 찬성 투표를 요청했다.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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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국민의힘은 이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겪었던 국정 마비와 보수진영 궤멸 등 ‘탄핵 트라우마’를 우려해 최대한 조기 퇴진으로 이끌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국민의힘 정국 안정화 태스크포스(TF)는 ‘2월·3월 퇴진, 4·5월 대선’ 로드맵을 도출해 원내 지도부에 전달했고, 원내 지도부는 이 안을 들고 대통령(실)에 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담화를 통해 하야보다 탄핵 장기전을 택해 헌법재판소에서 법리 다툼 입장을 확실시했다. 이는 여당이 요구하는 2, 3월 하야보다는 대통령직을 오래 유지할 수 있고, 헌재에서 이번 비상계엄의 합헌성에 대해 따져봐 ‘탄핵 기각’도 기대해 볼 만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면 대통령의 권한 행사는 즉시 정지되고, 헌법재판소는 180일(6개월) 이내 탄핵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그 시한이 내년 6월이다.
윤 대통령 담화 직후 여당의 거센 비판도 빗발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내란 수괴의 강변”이라며 ”한시라도 빨리 대통령직 탄핵뿐 아니라 체포·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내란 수괴이자 과대망상, 편집증 환자가 뻔뻔하게 자신의 범죄를 정당화하고 ‘광란의 칼춤’ 운운하며 국민과 야당을 겁박했다”며 “토요일이 아니라 당장 탄핵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