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 사냥꾼’으로 유명한 칼 아이칸이 이끄는 엘리엇이 듀크 에너지를 다음 타깃으로 잡았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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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대형 유틸리티 기업인 듀크 에너지에 기업 분할을 요구했다. 듀크 에너지가 본사 이외 지역에서는 비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엘리엇은 이날 듀크 이사회에 서한을 보내고 사우스·노스캐롤라이나주와 플로리다주, 중서부 등 3개 지역으로 회사를 분할하라고 요구했다. 최근 듀크의 실적이 부진한 건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롯에 본사를 둔 탓에 외곽 사업에 집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엘리엇은 지적했다.
듀크 에너지는 사우스·노스캐롤라이나주와 플로리다주 등 6개 주 약 800만명 고객들에게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오하이오와 켄터키, 테네시에서는 160만명에게 천연가스를 공급한다. 시가총액은 약 650억달러다.
엘리엇은 듀크 에너지가 분할하면 고객들이 더 나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주주들에게도 120억~150억달러 추가 가치를 창출해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또 자신들이 듀크 에너지 주식을 9억달러 규모로 확보하고 있는 10대 대주주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사회 내 의석을 요구했다.
듀크 에너지는 엘리엇의 기업분할 요구에 “이번 조치는 고객 서비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더러, 회사의 주주배당금 지급 능력을 위협하는 수준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자본구조와 신용에도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엘리엇은 주주로서 기업 경영에 적극 관여해 이익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행동주의 펀드다. 현재 400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으며, 타깃 회사 지분을 확보한 뒤 단기적으로 주주 가치를 높이는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 지배구조 개편 등을 주로 요구한다. 과거 한국 현대자동차 경영에도 개입을 시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