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장우 대전시장이 대전시청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전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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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대전시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전국 시·도지사 공약실천계획 평가에 대해 방식과 절차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정면 충돌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각 지방자치단체에 용역비를 지급받는 것과 관련해 “돈의 액수를 떠나 피평가기관과의 이해관계 충돌이 우려된다”며 공정성 논란도 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지난 17일 ‘2023년 민선8기 전국 시·도지사 및 교육감 공약실천계획서 평가’에 대한 최종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평가를 위해 매니페스토본부는 전문가와 활동가로 구성된 평가단을 구성, 올해 1~2월 전국 17개 시·도 및 교육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를 모니터해 분석하는 1차 평가를 진행한 뒤 지난달까지 각 기관에 자료보완을 요청, 소명 및 보완자료를 검토했다. 평가 항목은 △갖춤성(60점 만점) △민주성(25점 만점) △투명성(15점 만점) △공약일치도(Pass/Fail) 등 4개 항목에 35개의 세부지표별로 평가하는 절대평가로 진행해 총점 90점 이상을 SA등급으로 선정했다. 평가 결과, 총점이 90점을 넘어 SA등급을 받은 지자체는 서울시와 경기도, 충남도, 전남도, 경북도, 경남도 등 5곳이었다. 이 중 대전시는 세부정보를 공개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자료보완 요청과 소명 및 보완자료 등의 절차가 불가능했다는 이유로 전국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D등급’으로 평가했다.
이 같은 결과가 공개되자 대전시는 즉각 반발했다. 대전시는 “평가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국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D등급’으로 평가했고, 이는 시민들에게 대전시가 공약 이행 최하위기관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지난 1월 매니페스토본부의 평가자료 요청에 대해 미참여 의사를 분명히 밝혔지만 매니페스토본부가 대전시 누리집에 공개된 한정된 자료만을 근거로 일방적이고 제한적인 평가를 진행, 이 결과를 ‘평가 제외’나 ‘평가 불가’가 아닌 최하위 등급으로 공표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19일 “평가하는 기관이 (평가를 받는 기관으로부터) 돈을 받아서 집행하는 시민단체의 가장 부패한 구조”라며 “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그동안 받은 용역비용이 얼마인지, 또 어디에 썼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대전시가 2017년부터 5년간 ‘공약사업 실천 계획의 적정 여부 심의를 위한 평가단 구성·운영’이란 명목으로 모두 7776만원의 사업비를 매니페스토가 위탁한 용역업체에 지출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 시장은 “대전시는 잘못된 관행이라고 평가해 지난해부터 이 비용을 내지 않고 있다”며 “지방정부가 부패한 조직에 끌려다니면서 돈을 줄 수는 없다. 민선8기 100대 핵심과제 추진 현황 등 공약 실천 계획은 시민들이 대전시 홈페이지 등에서 언제든 확인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매니페스토본부는 대전시 주장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대전시가 시 홈페이지에 올린 내용을 보고, 면밀하게 검토한 후 평가한 것으로 대전시 주장은 정당하게 자료를 제출, 좋은 평가를 받은 기관들을 욕보이는 것”이라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역 국회의원들이 거부한다고 이들에 대한 평가를 안할 수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 사무총장은 “대전시의 경우 민선7기에 비해 민선8기 공약사업에 대한 총사업비가 엄청나게 늘었으며, 이 공약들이 실현가능성이 있는지를 판단했다”며 “용역비와 관련해서도 위원들의 활동비 수준으로 지자체가 직접 집행하는 수고를 덜어내기 위해 용역이라는 명목으로 체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