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가담한 대포통장 조직 검거…코로나 보조금도 챙겨(종합)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 합동수사단 브리핑
계좌 개설 도운 현직 은행원 등 24명 입건
보이스피싱 조직에 통장 대여…피해액 62억
유령법인 앞세워 코로나19 보조금 가로채기도
  • 등록 2023-07-13 오후 3:24:31

    수정 2023-07-13 오후 3:24:31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실체가 없는 유령법인을 만들어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대포통장을 공급한 일당 24명이 붙잡혔다. 이들 중에는 불법계좌 개설을 도왔던 현직 은행원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열린 ‘보이스피싱 조직 연계 대규모 대포통장 유통조직 적발 브리핑’에서 사건을 담당하는 전수진 검사(오른쪽)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범죄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은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서울동부지검에서 수사 결과 브리핑을 열고 “대포통장 유통 조직의 총책, 조직원, 사건무마 청탁 브로커 등 총 24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합수단은 총책 A(52)씨 등 12명은 구속기소하고, 대포통장 명의자 등 12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2020년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유령법인 총 42개를 만들고 대포통장 190개를 만들어 국내외 보이스피싱 조직 및 도박사이트 운영조직에 대여해 준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사기 방조 등)를 받고 있다.

총책 A(52)씨는 대포통장 모집·알선책과 사무실 조직원, 유령법인 명의자 등과 공모해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175개 대포통장을 빌려주고 14억원 상당의 보이스시피싱 사기를 방조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들은 대포통장 대여료로 개당 월 150~300만원, 평균 250만원을 받았다. A씨는 이 같은 방식으로 최소 11억원의 불법 수익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대포통장 계좌를 활용한 보이스피싱 범행으로 인한 확인된 피해자는 39명이며, 전체 추정액은 약 6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조직에는 현직 은행원 B(40)씨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방조 및 은행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 10일 불구속 기소됐다. B씨는 도박사이트 운영에 사용할 법인계좌라는 것을 알면서도 다수의 계좌를 개설해준 것으로 조사됐다. 또 대포통장 계좌를 열어주는 대가로 A씨의 펀드, 보험가입 상품을 유치하는 등 영업실적을 채우고 피해 신고가 접수된 피해자 정보를 총책에 넘긴 사실도 확인됐다.

보이스피싱 범죄 합수단이 압수한 대포통장과 현금카드.(사진=연합뉴스)
이 조직은 2020년부터 정부가 지급한 코로나19 재난지원금도 가로챈 것으로 확인됐다. 합수단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대포통장 개설을 목적으로 유령 법인을 설립한 뒤 해당 법인이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인 것처럼 속여 38회에 걸쳐 보조금 8740만원을 챙겼다.

총책인 A씨는 자신의 조직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브로커 C(61)씨에게 대포통장 명의자 관련 경찰사건 무마를 청탁했다. C씨가 청탁 명목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확인한 검찰은 그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합수단 관계자는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대포통장 유통실태를 금융감독원 및 금융회사 등과 공유해 법인계좌 설립 절차 검증 강화, 추가 계좌개설 모니터링 등 내부통제 강화방안 마련을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 경찰, 국세청 등 범정부 기관들로 구성된 합수단은 지난해 7월29일 공식 출범한 이래 계좌추적부터 공범 특정, 검거, 압수수색, 구속 등 합동수사를 진행해 총 270명을 입건하고 85명을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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