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부산=이데일리 이종일 문승관 기자] 화물연대 총파업 일주일째인 13일 인천 항만 컨테이너 터미널 5곳의 장치율(컨테이너가 적치된 비율)이 평균 83.3%로 나타났다. 부산항 컨테이너 장치율도 이날 79.1%까지 올랐다. 파업 여파로 운송사들은 계약물량을 처리하지 못해 화주들과의 갈등이 나타나는 등 물류계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치율이 계속해서 높아지면 항만 서비스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지난 7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 앞에서 민주노총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가 총파업 출정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종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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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인천항만공사(IPA)에 따르면 오전 10시 기준 인천 5개 컨테이너 터미널의 장치율은 평균 83.3%로 집계됐다. 이 장치율은 평상시 장치능력 대비 비율이다. 인천 신항에 있는 한진 인천컨테이너터미널과 선광 신컨테이너터미널의 장치율은 각각 92.7%, 77%로 나타났다. 남항에 있는 인천컨테이너터미널(ICT)과 이원컨테이너터미널은 각각 85%, 86.9%였고 송도 국제여객터미널은 60.8%를 기록했다. 화물연대 파업에도 인천항 터미널 장치율이 평균 80%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화물 운송량이 줄고 수출입 컨테이너가 한꺼번에 몰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진 인천컨테이너터미널 관계자는 “파업 첫날 장치율이 90% 정도 됐는데 일주일째인 오늘까지 90%대를 유지하는 것은 수입 컨테이너와 수출 컨테이너의 양이 비슷해 터미널에 오래 쌓아두지 않기 때문”이라며 “운송차량은 평소의 10~20%만 다녀 터미널에 들어오는 컨테이너 물량이 줄었다. 그나마 수출입 컨테이너량이 균형을 맞춰 장치율이 100%를 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IPA 관계자는 “인천항 5곳의 평균 장치율이 100%에 미치지 않아 아직 여유가 있다”며 “100%가 되면 컨테이너 적재 단수를 높이거나 주차장에 컨테이너를 쌓을 수도 있다. 그러면 장치율을 10%포인트 정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파업이 이어지면서 화주와 운송사의 피해는 커지고 있다. 조정재 민주노총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 사무국장은 “인천 신항·남항·송도지역 컨테이너 터미널, 인천 동구 동국제강, 경기 분당 에쓰오일(S-OIL) 저유소 등에서 집중적으로 조합원들이 운송 거부를 하고 있다”며 “조합원들이 선전전을 통해 운송기사의 파업 참여를 유도한다”고 말했다.
이어 “화주와 운송사는 화물운송이 중단되면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정부가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피해가 더 커질 것이다”고 했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 일주일째인 13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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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컨테이너 장치율도 80%에 육박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부산항의 장치율은 이날 오전 10시 기준 79.1%(59만2335TEU 중 46만8382TEU)를 기록, 전날 동시간대(59만2335TEU 중 46만2455TEU)와 비교해 1.0%포인트 상승했다.
항만당국은 컨테이너 장치율이 70% 전후일 때 운영효율이 가장 높고 80% 이상이면 포화상태로 보고 있다. 부산항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지난 5월 같은 시간대 대비 40% 수준에 그쳤다. 항만당국은 부산항 등 일부 항만에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물류 운송방해 행위로 철강, 타이어, 시멘트, 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의 출하차질이 발생해 물류대란이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장치율이 80%에 도달하게 되면 심각한 상황으로 인지한다”며 “선박에 컨테이너를 나르는 작업 시간이 길어지면 정시 운항에 어려워지면서 항만의 경쟁력이 저하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