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전부터 도면 나돌았던 고양 창릉신도시, 외지인들 돈잔치 수단 전락

정부조사 2명 포함된 고양 창릉신도시 가보니
20년전부터 외지인들이 투자 위해 땅 사들여
대부분 투자목적 소유였던 탓에 거래량 적어
신도시 발표 전부터 개발계획 도면 나돌기도
주민들 ″투자나, 투기나. 결국 원주민들 소외″
  • 등록 2021-03-12 오후 3:10:32

    수정 2021-03-12 오후 3:10:32

[고양=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창릉기신도시 발표 전부터 도면까지 돌았는데 단 2명 뿐일까요?”

전성원 고양시 창릉동주민자치회장은 11일 정부가 발표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를 두고 이같은 답변을 내놨다.

2019년 5월 7일은 국토교통부가 창릉신도시로 불리는 경기 고양시 창릉동과 용두동, 화전동 일대 813만㎡ 부지에 3만8000호 규모의 3기신도시를 건립한다고 발표한 날이다.

당시 전성원 회장은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수십년 동안 주민들이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결과 수많은 원주민들은 개발제한구역에 따른 불편으로 뿔뿔이 흩어졌고 결국 이 지역 대다수 토지는 외지인들이 사들였다”며 “ 3기신도시 개발이 외지인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게 아닐지 걱정이다”며 우려를 표했었다.

LH 직원들이 개발계획이 담긴 내부 정보를 활용해 땅을 사들였다는 의혹이 전국을 땅투기 수렁으로 몰아넣은 이번 사태를 미리 예견한 것이나 다름 없는 셈이다.

전 회장은 창릉신도시 조성 계획이 발표되기 약 6개월여 전부터 이 지역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선 알게 모르게 정부의 대규모 택지개발 계획에 창릉동 일대가 포함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도면까지 돌았다고 한다. 그렇게 나돌던 도면은 2019년 5월이 되어서야 세상에 나왔는데 약간의 수정만 있었을 뿐 그대로 3기신도시로 확정됐다.

멀리 보이는 아파트단지까지가 모두 창릉신도시로 지정된 곳이다.(사진=정재훈기자)
하지만 고양의 창릉신도시의 경우 이번 사태의 핵심지역인 광명·시흥지구에 비해 3기신도시 지정 전·후로 토지 거래량이 급증하는 등 들썩인 경향은 없었다.

용두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충환씨는 “이 동네는 수십년 전부터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원주민들이 대부분 땅을 팔았다. 서울과 맞닿아 있어 언젠가는 개발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진 외지인들이 20년전부터 땅을 사들였기 때문에 매물 자체가 별로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창릉신도시 예정지 일대 토지를 전문적으로 중개하는 허모 공인중개사 역시 해석은 비슷했다.

허 중개사는 “일찍이 3기신도시 개발계획 같은 호재를 노린 외지인들이 투자 목적으로 땅을 매도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호재가 나올때가지 묵혀두는 땅이 대다수라 거래 자체가 별로 없었다”고 설명했다.

개발 정보를 미리 알고 있는 LH나 국토부 직원들이 사들인 땅이 많지는 않았지만 전성원 회장이 우려한 외지인들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창릉신도시가 된 것은 사실이다.

최충환씨는 “‘땅 사서 개발이 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개념이 결국엔 이번 LH 사태를 낳은 것 아니겠냐”며 “내부 정보를 활용해 땅을 사들여 이익을 보던지, 아니면 20년 동안 묵혀뒀다가 정부의 개발계획 발표로 큰 이익을 남기던지, 모두 땅으로 돈을 벌어먹는게 아니겠냐”고 씁쓸해 했다.

한편 정부는 3기신도시 등 8개 지구에서의 국토교통부와 LH 전 직원 토지거래를 조사한 결과 총 20명의 투기 의심 사례를 확인했으며 고양 창릉신도시에서는 2명이 포함됐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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