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뽕’ 한 방울에 스티커 색깔이"…치안기술 한 데 모였다[르포]

국제치안산업대전 18~21일 4일간 개최
184개사·부스816개…교통장비부터 마약예방 등 ‘다종다양’
‘저위험 권총’·‘불법촬영 탐지 시스템’ 등 눈길
  • 등록 2023-10-19 오후 1:30:28

    수정 2023-10-19 오후 1:34:57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스마트폰 뒷면에 1㎝짜리 원형 스티커를 붙여 주세요. 손가락으로 ‘물뽕(GHB·감마하이드록시 낙산, 대체 시료)’을 톡하고 찍은 뒤 스티커에 묻혀보세요. 이렇게 색깔이 살구색에서 녹색으로 변하면 물뽕 성분이 있는 거에요.”

본지 기자가 18일 오전 10시께 인천 연구수의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5회 ‘국제치안산업대전’에서 스티커형 진단키트를 이용해보고 있다.(사진=황병서 기자·필메디)
제5회 ‘국제치안산업대전’이 열린 지난 18일 오전 10시께 인천 연수구의 송도컨벤시아 내의 한 부스. 이 제품은 의료용 기기 업체인 필메디가 개발한 것으로, 강남 클럽 등을 중심으로 성범죄에 악용된 신종 마약인 물뽕의 성분을 구분해 내는 검사 키트다. 의심이 가는 술이나 음료를 손가락으로 찍어 검사용 스티커 표면에 묻히면 1분 이내에 색 변화 여부를 통해 판단할 수 있는 방식이다. 물뽕 이외에도 필로폰(MET), 코카인(Cocaine) 등의 성분을 걸러낼 수 있는 동일한 방식의 진단 키트도 있다.

민홍기 필메디 선임연구원은 “스티커형 진단 키트를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나 아마존 등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2년 전부터 판매하고 있다”면서 “아마존에서는 월 800~900개 정도가 팔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균관대 등과 협업해 마약 성분 10가지를 검출할 수 있는 경찰 전문가용 스트립 진단 키트 개발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는 21일까지 4일간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184개사, 부스 816개가 운영된다. 지난해 열렸던 행사와 비교하면 전시규모는 11% 증가했다. 장비도 △개인장비·대테러 △모빌리티·로보틱스 △교통장비·시스템 △교육훈련·지원솔루션 △범죄수사·감식장비 △사회안전·통합관제 △마약예방대응 등 다양한 주제로 구분돼 전시됐다.

18일 오전 10시께 인천 연구수의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5회 ‘국제치안산업대전’에는 저위험 권총과 음주운전 방지 장치 등이 전시돼 있다.(사진=황병서 기자)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제품은 글로벌 소구경 화기 제조업체 SNT모티브가 선보인 ‘저위험 권총’이었다. 이 총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모든 현장 경찰에게 저위험 권총을 보급하겠다”고 말하며 관심을 끌었다. 저위험 총과 함께 사람의 피부·근육의 밀도와 유사한 젤라틴 블록,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총알 등도 전시돼 있었다.

경찰청 미래치안정책국 소속 경찰 관계자는 “저위험 총은 38권총 등보다 가벼워 반동이 적을 뿐 아니라 레이저 사이트도 있어 정확하게 조준할 수 있다”며 “권총보다 저위험 총이 쏘는 사람에게 부담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SNT 관계자는 “경찰청에 저위험 총 100정을 납품했다”면서 “현재는 저위험 총알에 대한 개선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몰래 카메라계 보안관’으로 불리는 제품도 있었다. 첨단 보안기술 업체 지슨이 선보인 ‘상시형 불법촬영 탐지 시스템’은 몰래카메라가 내뿜는 열을 감지해 적발하는 방식으로, 주로 여성화장실과 민원실 등에 이용되고 있었다. 원형 형태의 탐지 모듈과 원격 컨드롤러로 구성된 시스템은 24시간, 365일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조달청의 혁신제품으로 선정돼 서울경찰청 산하 21개 경찰서의 민원실 등에 설치돼 있으며, 서울특별시청 등 지방정부와 서울대학교 등 대학교 등에도 갖춰져 있다. 김정우 지슨 전략사업 팀장은 “이 시스템은 한 곳에서 이동 없이 오랜 시간 동안 열을 25~30도 정도 발생하는 제품을 구분해 내는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내년부터 도입예정인 음주운전 방지 장치도 이번 박람회에 선을 보였다. 음주운전 측정기 제조업체인 센텍코리아는 이용자들이 직접 이 장치를 사용해 볼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했다. 자동차에 음주운전 방지장치가 설치돼 있는데 소주를 물에 소량으로 희석된 액체를 마신 뒤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2~3초간 숨을 불어 넣는 방식이었다. 음주 상태인 것이 발각돼 이 제품에 ‘실패(Fail)’란 문구가 뜨며 자동차 엔진을 켤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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