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전산망 정식 개통했지만…제 기능 활용까진 '먼 길'

문체부·출판진흥원, 3년간 45억 들여 개발
타 전산망처럼 도서 판매 순위 확인 어려워
작가와 판매부수 공유 권한도 출판사가 가져
진흥원 "내달 중 출판계 아우르는 운영위 구성"
  • 등록 2021-09-29 오후 1:53:20

    수정 2021-09-29 오후 1:54:25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출판 유통구조 선진화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2018년부터 추진해온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이하 출판전산망)이 29일 정식 개통했다. 그러나 출판계와의 협의가 미진한 부분이 많아 시스템이 제 기능을 하기까진 시간이 다소 걸릴 전망이다.

박찬수(왼쪽)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사무처장과 김진형 산업지원본부장이 29일 서울 마포구 서울산업진흥원 내 출판진흥원 서울사무소에서 언론 대상 출판유통통합전산망 시연을 마치고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출판전산망 구축 사업을 진행해온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출판진흥원)은 29일 서울 마포구 서울산업진흥원 내 출판진흥원 서울사무소에서 언론 대상 출판전산망 시연회를 가졌다.

출판전산망은 출판사·유통사·서점 등에 분산돼 있던 도서의 생산부터 유통판매까지의 정보를 통합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시스템이다. 2017년 서적도매점 송인서적의 부도를 계기로 출판 유통구조를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전산망의 필요성이 제기돼 문체부와 출판진흥원이 2018년부터 3년간 약 45억원의 예산을 들여 시스템을 구축했다.

앞으로 출판사가 도서 관련 메타 데이터를 통합전산망에 입력하면 해당 정보를 전산망과 연계된 유통사와 서점에서 빠르게 확인하고 이용할 수 있다. 각 도서의 판매량에 대한 정보 또한 통합전산망으로 자동 전송된다. 출판사는 해당 정보를 활용해 ‘디지털 도서 카탈로그’를 제작해 홍보에 활용할 수 있다. 일반 독자들은 출판전산망을 통해 출간 예정 도서 정보를 확인하고 도서 판매 현황 등 출판산업통계를 이용 가능하다.

그러나 이날 시연회에서 공개된 출판전산망은 출판계와 협의가 되지 않은 부분들 때문에 시스템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도서 판매량 메뉴의 경우 현재 정부가 운영 중인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공연예술통합전산망과 달리 구체적인 도서 판매 순위를 제공하지 않고 주제분류별로 가장 많이 팔린 책 50권을 ‘가나다’ 순으로 공개하고 있었다.

김진형 출판진흥원 산업지원본부장은 “출판진흥원은 분류별로 베스트셀러 순위를 독자에게 공개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었으나, 출판계에서 대형서점처럼 출판전산망까지 순위를 매기는 것을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 현재와 같은 시스템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출판유통통합전산망 홈페이지 화면(사진=출판유통통합전산망 홈페이지 캡처)
출판전산망은 지난 5월 초 장강명 작가가 출판사 인세 미지급 문제를 고발하면서 작가가 직접 도서판매 부수를 확인할 수 있느 기능도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현재 개발된 시스템은 출판사가 이메일을 통해 작가에게 도서 판매부수를 알려주는 기능만 갖추고 있었다. 김 본부장은 “출판전산망 시스템이 보다 활성화된다면 출판계, 유통계와 계속 논의를 해서 (작가에게도 판매부수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오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진흥원에 따르면 현재 출판전산망에 가입한 출판사는 약 1700곳이며, 등록된 도서는 3만 1400여 종이다. 출판진흥원은 연말까지 전체 출판사 7000곳 중 절반에 가까운 3000곳이 가입할 수 있도록 출판전산망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출판전산망을 통해 출판사와 유통사·서점 간에 도서 주문도 할 수 있도록 온라인 수·발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도 갖고 있다.

박찬수 출판진흥원 사무처장은 “출판전산망의 목적은 출판사, 작가, 독자에게 도서와 관련된 고급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시스템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10월 중 출판단체, 서점, 유통사, 물류, 도서관, 작가 등 범출판계를 아우르는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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