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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미국 정부는 북한군 8000명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돼 곧 전투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쿠르스크는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8월 진입해 일부 영토를 점령하고 러시아군과 교전 중인 접경지역이다.
WSJ는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참여할 경우 미국, 유럽 및 아시아 태평양 동맹국 간 군사 협력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을 중국은 우려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최근 한국, 호주, 일본, 뉴질랜드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자신의 이익과 지역 안정을 해친다고 보고 있다”고 짚었다.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의 에릭 발바흐 연구원은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하고,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얻고 있는 현실에 직면했다”고 평했다.
하지만 2년 넘게 지속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 같은 역학 관계에 균열을 가져왔다. 장기전으로 러시아의 병력과 탄약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마침 북한은 러시아의 핵 무기 기술이 필요했다.
인도 태평양 안보를 주로 분석하는 애틀랜틱 카운슬의 존 박 선임 연구원은 “북한과 러시아는 서로에게 맞춤형 ‘스위스 만능칼’ 같은 유용한 존재가 됐다”고 표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년여 동안 중국보다 러시아와의 관계에 더 많은 공을 들였다고 WSJ는 평가했다. 미국 북한 전문매체 NK프로에 따르면 북한과 러시아는 2024년에 40명 이상의 외교, 경제 또는 군사 대표단을 서로의 나라에 파견했는데, 이는 북한과 베이징의 교류 횟수의 4배가 넘는 수치다.
중국은 북한군 파병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 1일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군 관련 질문에 “북한과 러시아의 양자 관계는 그들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최근 미국이 러시아에 주둔하고 있는 북한군에 대해 중국과 대화를 나누면서 중국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은 북한이나 러시아와 달리 자유 무역 체제, 국제적 위상 등을 지키고자 하기 때문에 자국 이익에 반하지 않는 한 대외적으로 관망하는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중국 정책 고문을 맡았던 마일스 유는 “중국이 북한이나 러시아와 공개적인 동맹 선언을 꺼리고 있기 때문에 일부 수준에서 두 나라를 실망시킬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은 북한, 러시아에 대한 간접적인 지원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중국은 이중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