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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삼성전자는 개장 직전 4분기 잠정 연결 매출액이 70조 원, 영업이익은 4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증권사 실적 전망치를 각각 3.74%, 37.44% 하회하는 수치다.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8.58% 줄었고 영업이익은 13조 8700억원에서 69% 급감했다.
삼성전자는 부문별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반도체 사업의 부진이 실적충격의 주된 요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주 펀드를 운용하는 최원준 한국투자신탁운용 펀드매니저는 “반도체 가격 하락과 IT 수요부진이 실적 악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 전후로 기업들의 2023년 실적 눈높이 추가 조정이 있을 가능성도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부문에서 수익성이 더 안 좋았기 때문에 영업 이익이 생각보다 많이 안 나왔다”며 “특히 앞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의 전망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여 실적 자체로는 1분기까지 악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역대급 어닝쇼크 속에서도 주가는 강세였다. 감산에 대한 기대 탓이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단기적으로 수급 균형을 위한 인위적인 감산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실적은 삼성전자의 공급정책 수정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밑돈 만큼 과연 삼성전자가 ‘감산은 없다’는 정책을 고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삼성전자가 수차례 감산이 없다고 밝혀온 만큼 과도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여전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삼성전자 주가의 급반등을 이끌었던 설비투자(CAPEX) 축소에 대한 기대감이 실적 악화에 따라 이어지고 있는데 실제 설비투자 축소에 대해선 삼성전자의 입장 발표가 있어야 하고, 지금 기대감에 따른 반등은 단기적으로 과도하다고 판단하다”고 말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계 전반적으로 올해 투자 축소와 감산을 진행 중이며 상대적으로 투자 여력이 있는 삼성전자도 반도체 부문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올해 투자를 축소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투자 축소로 인한 공급 축소 효과는 상반기보다 재고가 줄어든 하반기에 집중될 전망”이라고 봤다.
다만 삼성전자가 역대급 어닝쇼크를 낸 만큼, 이번 실적 발표 기간은 당분간 주의해야 한다는 평가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어닝쇼크는 현재 주가의 움직임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상장사 전체적으로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낮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어닝쇼크가 나오는 기업을 중심으로 낙폭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 주의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실적은 잠정치로, 삼성전자는 4분기 실적을 이달 하순 결산해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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