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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한 젊은 여성이 앤드루 쿠오모(64) 미국 뉴욕주지사와 얼굴을 가까이 붙인 채 어깨에 손을 얹고 있다. 친근해 보이지만 당시 사진을 찍을 때 해당 여성의 심정은 ‘멘붕(멘탈붕괴)’ 이었다는 고백이 나왔다.
9일(현지시간) 쿠오모 주지사의 성폭력을 폭로한 뒤 형사 고소한 전직 비서 브리타니 코미소(32)가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입을 뗐다. 전날에 이어 추가로 공개된 인터뷰에서 코미소는 셀카를 찍기 전 쿠오모의 성추행이 있었다고 밝혔다.
부적절한 신체 접촉이 시작된 건 지난 2019년 12월 31일이었다. 쿠오모의 연설을 돕기 위해 코미소가 그의 저택에 남아 있던 날이다. 연설문 초안 작성을 마친 쿠오모가 함께 셀카를 찍자고 제안했고, 사진을 찍기 위해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코미소의 엉덩이를 쓰다듬기 시작했다고 한다.
코미소는 “셀카를 찍으면서 그의 손이 엉덩이에 닿는 것을 느꼈고 스치는 정도가 아니라 문지르기 시작했다”며 “사진을 찍기 어려울 정도로 당황해 손이 떨렸다”고 했다.
쿠오모의 성추행에 손이 떨려 사진이 흐릿하게 나오자 쿠오모는 소파에서 다시 찍자고 제안했다. 코미소는 “소파에 앉아 있으면 엉덩이를 더 만지지 못할 것이라 생각해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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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은 2020년 11월에도 이어졌다. 코미소는 “블라우스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가슴을 만졌다. 그의 큰 손을 내려다보며 ‘세상에, 이게 뭐지’라고 생각했던 걸 정확히 기억한다”며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내가 제지하자 쿠오모는 아무 말 없이 가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쿠오모가) 성적으로 공격적인 정신상태였다”고 덧붙였다.
쿠오모는 이 같은 폭로를 부인하고 있다. “어느 누가 직원이 10명이나 있고 가족도 있는 저택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여자의 가슴을 만지면서 ‘누가 보면 어때’라고 생각할 수 있겠느냐”는 게 쿠오모의 해명이다. 이에 코미소는 “역겹다. 나도, 그도 진실을 알고 있다”고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코미소는 애초 쿠오모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할 생각 없었다고 했다. 그의 표현대로 “무덤까지 가져가려 했던” 이유는 딸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코미소는 “주지사와 그의 지지자들이 나를 공격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딸이 이런 일에 휘말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
쿠오모의 성추행을 더 빨리 폭로하지 못한 것에 대해 다른 피해자들에게 미안한 감정도 내비쳤다. 코미소는 “먼저 폭로에 나선 피해자들에게 감사하다. 그들이 없었다면 내가 나설 수 있가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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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소가 원하는 건 쿠오모의 사퇴다. 코미소는 “쿠오모는 이게 통상적인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나 다른 여성들에겐 그렇지 않았다. 분명히 합의된 일이 아니었다”며 “다정함과 성희롱은 완전히 다르다”고 사임을 촉구했다.
하지만 쿠오모는 자진 사퇴는 없다는 입장이다. 뉴욕주 전·현직 비서 등 여성 11명을 성추행한 사실이 밝혀지고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의 사퇴 촉구가 잇따르지만 아랑곳없는 모습이다. 뉴욕주 의회는 쿠오모 탄핵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